여권이 불교계 반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속보(速步)를 택했다. 박희태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가 3일 모조리 나서 “적절하고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대책 마련을 강조했다. 최고ㆍ중진 연석회의 후 차명진 대변인은 “유사 이래 처음 종교문제로 국론이 분열될 상황이 도래할 지도 모른다는 심각한 우려 표명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만큼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국론 분열로까지 치닫기 전에 수습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여권 내에 깔려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그 동안 이념, 지역간 갈등은 있어도 종교 갈등은 없었는데 자칫 이런 사태가 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가득하다.
촛불시위의 악몽도 여권 지도부를 짓누르고 있다. 불교계의 반발을 신속히 해소하지 않을 경우 ‘불교판 촛불시위’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최고위원은 “상황을 방치했다가 만약 기독교계가 불교계에 반발하면 어찌 되겠느냐”고 우려했다.
문제는 구체적인 해법이다. 여권은 고민 중이다. 불교계 요구 중 종교차별 금지법안은 국회에서 신속히 만들면 된다. 이명박 대통령도 공직자들에게 종교차별 금지를 당부한 바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불교계 반발이 진정될 기미가 없다. 그래서 불교계의 핵심 요구인 어청수 경찰청장 사퇴와 이 대통령의 사과를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물론 둘 다 쉬운 사안이 아니다.
어 청장 사퇴에 대해 한나라당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판단할 문제”라며 한발 물러서있지만 내부적으론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쪽이다. 한 당직자는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선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시기적으로도 주내 결론을 내야 한다는 분위기다.
당의 강한 요구에 사퇴불가론을 천명했던 청와대도 고민을 시작했다. 청와대 내에는 여전히 “어 청장을 사퇴시킨다고 해결이 되겠느냐”는 사퇴불가론이 있다. 아울러 사건만 생기면 경찰총수를 교체해서야 정부의 권위가 설 수 있느냐는 불편한 시각도 엄존하고 있다.
하지만 갈수록 사퇴불가론의 톤이 낮아지고 있다. 결국 어 청장과 경찰의 위상을 세워주면서 스스로 물러나는 해법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2005년 농민 사망 사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허준영 당시 경찰청장의 경질은 불가하다고 했지만 허 청장이 스스로 사퇴했듯이 이번에도 그런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 대통령의 사과성 언급은 9일 예정된 국민과의 대화에서 나와야 한다는 의견이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관건은 청와대의 수용 여부와 불교계의 동의 여부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기류는 어 청장의 자진사퇴에 힘이 실리는 형국이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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