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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232년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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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232년의 꿈

입력
2008.09.05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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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8월28일 흑인 민권운동가인 마르틴 루터 킹 목사는 흑백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며 '워싱턴까지 가는 행진'을 주도했다. 8만명 안팎의 백인을 포함, 30여만 명이 참여한 이 행진이 끝난 링컨 기념탑 앞에서 킹 목사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연설 중의 하나로 꼽히는 연설을 남겼다. "나에겐 꿈이 있다. 언젠가 이 나라가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걸 신조로 여기면서 살아가는 날이 오리라는. 나와 내 자녀들이 피부색이 아니라 인격에 따라 평가 받는 날이 오리라는. 하지만 이 길은 혼자 걸어갈 수 없다."

▦ 킹 목사의 이 연설 2년 전 하와이에서 케냐 출신 흑인남자와 캔사스주 출신 백인여자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킹 목사의 꿈을 정확히 45년 만에 실현했다. "저의 부모는 유복하거나 유명하지 않았지만 아들이 자라서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꿈을 안고 살았습니다. 올해 대선은 그 꿈이, 미국의 약속이 21세기에도 다시 살아 숨쉬게 할 기회입니다." 지난 주 콜로라도주 덴버시의 인베스코필드 미식축구 경기장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로 지명된 버락 오바마는 수락연설에서 '미국의 약속'이라는 말로 꿈의 의미를 이어갔다.

▦ 232년의 미국역사에서 흑인이 대선후보로 선출된 것은 1863년의 노예해방선언이 145년 만에 완결됐다는 뜻에 머물지 않는다. 오바마는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약속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보통 사람들이 떨쳐 일어나 희망을 이어갈 수 있도록 용기를 보여준 미국 역사"를 강조했다. 링컨 대통령이 1861년 게티즈버그 연설에서 상기시킨 "자유 속에 잉태되고 만인은 모두 평등하게 창조되었다는 명제에 봉헌된 새로운 나라"를 세우고 지켜온 '건국선조들의 약속'이 오늘의 자기를 만들었고 그 같은 '미국의 약속'은 계속된다는 것이다.

▦ 앨 고어 전 부통령은 "링컨의 지지자들이 가장 높이 샀던 경험은 대결의 시대에 희망을 불러일으킨 링컨의 강한 역량이었다"며 "오늘 우리는 그런 비상한 역사적 전환점의 경험을 공유하는 후보를 갖게 됐다"고 오바마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정작 오바마는 '뉴딜'이라는 자유주의적 개혁으로 미국자본주의의 규율을 세운 루스벨트 대통령이나 '뉴 프런티어'구호 로 미국인들의 꿈과 희망을 되찾아준 케네디 대통령의 역할모델에 더 끌리는 것 같다. 흥미롭게도 두 대통령은 미국역사에서 빈부격차가 가장 적었던 시대의 처음과 끝을 상징한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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