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 총리는 요즘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자신의 전공 분야인 자원ㆍ에너지 외교는 물론, 새벽시장을 찾아 민심을 읽고 기업을 옥죄는 각종 규제를 풀어주는데도 앞장서고 있다. 갈수록 요구가 거세지는 여당과 머리를 맞대고 정부 부처간 벽을 뚫어 소통채널을 만드는 것도 그의 몫이다. 3일에는 기자간담회를 자청, 취임 6개월의 소회를 밝히며 국정의지를 다졌다. 쇠고기 파동의 그늘 뒤에 숨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여론의 질타를 받던 예전의 모습과는 영 딴판이다.
그러나 의지는 넘치고 대응은 발 빠르지만 일 처리는 매끄럽지 못하다. 4일 발표하려다 갑작스레 연기된 '기후변화대응 종합기본계획'이 단적인 예다. 총리실은 3일 오후 기자들에게 관련 자료를 배포하면서 "내용이 크니까 발표시점까지 엠바고(보도제한)를 해달라"고 거창하게 분위기를 잡았다. 그러다 밤 늦게 부랴부랴 "발표를 연기한다"는 통보를 기자들에게 보내는 촌극을 빚었다. 기후변화 대책은 이명박 대통령이 8ㆍ15 경축사에서 밝힌 저탄소 녹색성장의 핵심으로, 한 총리 스스로 "국가의 명운이 달려있다"고 강조해 온 중점 사업인데도 시작부터 삐걱댄 것이다.
총리실의 해명도 석연치 않았다. 총리실은 "4일 오전 대책 발표에 앞서 열기로 했던 관계부처 장관회의에 불참하는 장관들이 많고, 발표 내용도 일부 보완할 필요가 있어 연기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무자들은 "장관이 불참하는 경우 차관이 대신 참석하기로 돼 있었다"며 "수 차례 회의를 해서 수정할 부분도 없다"고 다른 말을 했다. 발표 연기에 정치적 고려가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조급하게 발표시점부터 잡았음을 실토한 셈이다.
한 총리는 또 불교계의 반발이 거셌던 지난 달 7일 조계종 총무원장에게 서신을 보내 종교차별 방지법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종교차별 법안은 의원입법으로 한나라당이 맡기로 정리가 되는 바람에 아직까지 입법화가 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한 총리가 노력하는 만큼 여건이 안 따라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