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때 기업 가치를 당당하게 인정 받을 수 있는 우량 회사를 만들고, 모든 구성원들이 훌륭한 최고경영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꿈이다."
지난달 8일 대표이사를 새로 맡은 대우인터내셔널 윤병은(56) 부사장의 당찬 포부다. 2003년 워크아웃 조기 졸업 후 고속성장을 진두지휘해 온 윤 대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에 따른 선진국 시장의 침체와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도 우리 목표를 가로막는 장애물은 될 수 없다"고 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가진 인적 자원과 잠재력으로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는 설명이었다.
윤 대표는 강영원 전 사장이 갑작스럽게 한국석유공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대우인터내셔널호의 선장이 됐다. 아직 채권단의 사장 임명절차가 남아있지만, 이에 개념치 않고 업무부터 챙기기 시작했다.
회사의 사활이 걸린 문제가 눈앞에 있기 때문이다. 바로 미얀마 가스전 판매 계약이다. 윤 대표는 최대 매장량 14억 배럴인 미얀마 광구의 가스를 중국에 판매하기 위해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다. 그는 "현재 중국 업체와의 계약이 거의 성사단계에 있다"며 "연말쯤 계약이 완료되면 대우인터내셔널은 제2의 성장기반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얀마 광구는 판매 규모 뿐 아니라 해외에서 자원을 개발해 수출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반 구축이라는 의미에서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윤 대표는 "미얀마 뿐 아니라 러시아와 파푸아뉴기니, 방글라데시 가스전도 성공 가능성이 크다"며 "앞으로 해외자원 개발의 가시적 성과를 토대로 단순 무역회사에서 벗어나 자원개발 투자회사로 사업영역을 넓혀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표는 이런 비전을 기반으로 "올해 매출 10조원을 돌파하고 2015년에는 15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덧붙였다.
윤 대표는 스스로 '무역첨병'이라 자부할 만큼 29년간 ㈜대우와 대우인터내셔널에서 '무역맨'으로 잔뼈가 굵었다. ㈜대우가 '세계경영'을 선언하며 미수교국과 교류를 확대할 때 항상 선두에서 개척자 역할을 했고, 1991년 리바아에 세계 최대 어선을 인도할 당시 걸프전이 터져 미국의 우방국 출신이라는 이유로 감금됐다 풀려나는 우여곡절도 있었다.
그는 "리비아에서 구사일생으로 풀려난 후 고국 땅을 밟아보지도 못하고 바로 유고슬라비아로 날아가 지사를 차리고 시장개척에 나섰다"며 "당시 목숨을 걸고 대우전자와 대우자동차 등을 팔았던 경험이 대우인터내셔널을 이끄는 힘이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했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벌여 놓은 해외 사업을 점검해야 하고, 개발 사업을 회사 수익으로 연결하기 위해 다시 뛰어야 하기 때문이다. 윤 대표는 "자원개발에 힘을 쏟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무역이 주업무인 만큼 구성원 모두가 무역회사 CEO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의 무역 현황을 꿰뚫고 있는 그에게 최근의 유망 사업을 묻자 "전기사업"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윤 대표는 "현재 모든 국가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배송하는 인프라 구축이 한창이라 발전기와 전선 공급이 절대 부족하다"며 "개도국의 경제상황이 어려워져도 인프라 구축 비용은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전기사업 부분에서 몇 년간 호황을 누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윤 대표는 "향후 2~3년 간 대우인터내셔널의 내실을 다져 매각 때 시장의 정당한 평가를 받고, 한국의 선도적인 무역회사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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