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과 '거품'이 맞붙는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가전업계 '영원한 맞수'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독자기술과 디자인으로 한판 승부를 벌인다. 양 사는 세탁기, 냉장고 등 생활가전 분야에서 전략 기술과 디자인, 테마가 뚜렷하게 달라 하반기 가전대전(大戰)의 결과가 주목된다.
넌 스팀 나와? 난 거품 나와!
양 사가 가장 뜨겁게 맞붙은 곳은 세탁기. 세탁기는 제품특성상 시간과 에너지 싸움에서 승패가 갈린다. 전기와 물을 적게 쓰고 가장 짧은 시간에 빨래을 마치는 제품이 시장을 휩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독자 개발한 '거품 세탁'을, LG전자는 2005년부터 '듀얼 스팀 기술'을 밀고 있다.
삼성이 세계 최초로 선보인 거품 세탁은 물의 양을 줄이고 세제 거품으로 빨래를 세탁하는 방식. 세탁시작 후 2분이면 적당량의 물이 세제와 섞이면서 거품이 차오른다. 최도철 삼성전자 개발팀장(전무)은 "거품은 물의 양을 줄이고 옷감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며 "빨래감을 적시는 시간도 줄여줘 세탁 및 헹굼 시간이 기존 드럼세탁기의 절반 수준인 59분대"라고 말했다.
삼성은 이 기술을 한국, 미국, 유럽, 중국 등에 특허 출원을 해놓았다. 이 기술이 적용된 '하우젠 버블' 세탁기는 최근 출시됐으며 가격은 149만~159만원이다.
LG전자가 2005년에 세계 최초로 개발한 듀얼 스팀 방식은 두 개의 관에서 각각 증기와 고농축 세제수가 동시에 뿜어져 나온다. 약 40분간 98도의 증기가 세탁실 내부를 골고루 데워 세제를 활성화시키고 옷감에 빠르게 스며들게 한다. 권호철 LG전자 세탁기 연구실장은 "물보다 증기가 표면적이 넓고 유동성이 커서 세탁기 내부를 고르게 데우므로, 적은 에너지로 세탁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LG전자는 이 기술을 적용한 'ER3229WA' 세탁기를 최근 하반기 전략모델로 내놓았다. 가격은 170만원대.
■ 냉장고는 '꽃무늬 대결'/ 삼성 도자기 기법 vs LG 판화 기법
최근 냉장고의 포인트는 화려한 디자인. 양 사 모두 독자적 디자인을 앞세워 냉장고에서도 한판 승부를 벼르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발표한 '지펠 빌트인 스타일' 냉장고와 '하우젠 아삭아삭 칸칸칸' 김치냉장고에는 화려한 아마릴리스 꽃무늬가 수놓아져 있다. 여기 쓰인 기법이 가전제품에 세계 최초로 사용된 '전사 기법'이다. 도자기 만들 때 쓰이는 전사 기법은 그림을 그린 종이를 유리나 금속판 위에 붙이고 마치 판박이 하듯 베껴내는 방법. 채경호 삼성전자 생활가전 수석디자이너는 "식기류를 만드는 도자기 업계의 전사기법을 응용해 가전에 최초이자 유일하게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유명 예술가들과 함께 아트 디자인을 펼쳐 온 LG전자는 PDP 제조에 쓰이는 '에칭 기법'을 냉장고 디자인에 적용했다. 에칭 기법이란 금속 표면에 밑그림을 새긴 뒤 부식액을 부어서 음각을 하는 방법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에칭 기법은 아주 어려운 기술"이라며 "LG마이크론의 자문을 받아 최근 출시한 '샤인' 냉장고에 이 방법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샤인 냉장고는 하상림 등 유명 미술가의 디자인을 이용해 알루미늄 판에 에칭 기법으로 디자인을 한 제품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에칭 기법은 국내 프리미엄 가전 시장 및 미국을 겨냥한 고급제품에만 적용했다"고 강조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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