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인문학적 교양과 세심한 작품 분석으로 정평 있는 문학평론가 홍정선(55) 인하대 교수가 최근 비평집 <인문학으로서의 문학> (문학과지성사 발행)을 펴냈다. 지난 2월 <프로메테우스의 세월> <카프와 북한문학> 에 이어 올해 3번째 비평집 출간이다. 첫 저서 <역사적 삶과 비평> (1986) 이후 비평집을 안 내고 활동해온 홍씨의 이력에 비춰볼 때 특별한 일이다. 역사적> 카프와> 프로메테우스의> 인문학으로서의>
홍씨를 만나러 서울 마포구 문학과지성사(이하 문지)를 찾은 지난달 28일은 마침 문지 이사회가 열린 날이었다. 문지 2세대인 홍씨는 3세대인 김수영(43) 문지 편집주간과 더불어 이날 공동 대표로 선출됐다.
그는 "원래 2세대(이인성 이성복 정과리 권오룡 성민엽 등)의 나이가 60세쯤 됐을 때 한꺼번에 일선 후퇴할 계획이었는데 채호기 대표가 일찍 사임하게 돼서 2, 3세대 동거라는 과도기가 생겼다"며 "차세대인 3세대가 창조적으로 재결집하고 역량을 키우는 데에 선배로서 역할을 해야할 듯싶다"고 말했다.
홍씨는 올해 세 비평집을 통해 1980년대 중반 이후 써온 글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82년 동인지 <문학의 시대> 를 창간하며 민중문학에 비판적 지지를 보냈던 90년대 초반까지의 관련글은 <프로메테우스의 세월> 에 묶였다. 70년대 말 이래 남들보다 앞서 카프문학 및 납월북 작가를 연구해온 문학 행보는 <카프와 북한문학> 에 기록됐다. 카프와> 프로메테우스의> 문학의>
하지만 홍씨에게 가장 뜻 깊은 책은 <인문학으로서의 문학> 이다. 90년대 중반 무렵의 글이 주종을 이루는 이 책엔 한국문학에 대한 조망, 소설 비평, 시 비평의 3부에 각각 글 여섯 편씩이 실렸다. 수록글은 홍씨가 지난 20여 년 간 써온 무수한 현장 비평 중 가장 아끼는 글들로 엄선한 것이다. 인문학으로서의>
특히 한국문학 조망을 담은 1부는 우리 시대 손꼽히는 중진 평론가가 지닌 비평관의 뼈대를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 수록글 '맥락의 독서와 비평'에 담긴 주장은 한마디로 '비평에 정답은 없지만 정도(正道)는 있다'는 것. 홍씨는 서두에서 최인훈 소설 <회색인> 속 주인공 '독고준'의 독서벽을 거론하며 이런 부지런한 책읽기가 비평의 출발점이라고 단언한다. 회색인>
여기에서 작품 안팎을 두루 살펴 그 의미를 풍성하게 하는 '맥락의 비평'이 가능하다는 것. 이런 주장은 홍씨가 90년대 문학의 상업주의를 경계하는 다른 글에서 '문사(文士)적 전통'의 회복을 요청한 것과도 맞닿아있다.
바람직한 문학에 대한 홍씨의 논의를 연결 짓다 보면 책 제목처럼 '인문학의 정신'으로 수렴된다. "인문학의 정신이란 우리 모두가 공감하고 동의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결론을 도출해가는 과정이다.
그것은 도그마가 아니기에, 설령 그 방향이 틀렸다고 해도 반성과 회복의 여지가 충분하다. 문학은 인문학의 정신을 체득할 수 있는 자유로운 생각과 탐구의 영역을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소중하다." 홍씨가 고전을 중시하는 것도 이런 관점에 입각해 있다. "앞선 세대에게 늘 배워야 한다. 우리가 가진 가치 있는 체험과 전통 속엔 우리의 길잡이가 돼줄 진실이 들어있다. 비평 역시 고전에 대한 탐독과 그 정신적 바탕 위에 서야 한다."
홍씨는 이번 출간을 계기로 90년대 중반 이후 소홀했던 현장 비평에 다시금 힘을 쏟을 계획이다. 현실에 대해 적극 발언했던 예전 글들이 과연 정직했던가 하는 물음에 부딪쳐 오랫동안 문학책보다 역사책을 많이 읽으며 반성해왔다는 그는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넓히는, 인문학의 정신에 충실한 글을 열심히 쓰려 한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아울러 국문학자로서 카프문학 연구에 다시금 매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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