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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첫 美연방 하원의원 김창준의 숨겨진 정치 이야기] <23> 미국 전당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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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첫 美연방 하원의원 김창준의 숨겨진 정치 이야기] <23> 미국 전당대회

입력
2008.09.03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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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민주당에 이어 이번 주에는 공화당이 전당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11월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4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전당대회는 백악관을 차지하지 못한 당이 먼저 하는 것이 관례로 돼 있다. 이에 따라 이번에도 민주당이 먼저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버락 오바마와 조 바이든 두 현역 상원의원을 각각 당의 정ㆍ부통령 후보로 확정했다.

전당대회는 자그마치 5,000~6,000명이 모이는 대규모 정치축제로, 행사를 개최하는 도시는 연방 정부로부터 1,300만 달러 정도의 예산을 보조 받는다. 그 뿐만 아니라 여러 기업들과 단체들의 기부금도 넘쳐 나 나흘 간의 대회 행사를 위해 돈을 물쓰듯 해댄다. 그러니 많은 도시들이 서로 전당대회를 유치하려 경쟁한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1832년 5월 21일, 메릴랜드주에 있는 볼티모어에서 시작됐다. 그 뒤 4년마다 한번씩 대통령 선거 때마다 여는 것으로 자리를 잡았다. 전당대회는 사실 예비선거를 통해 이미 결정된 정ㆍ부통령 후보를 추인하는 형식적인 과정이지만 176년 간 내려온 전통을 가진, 결코 없어서는 안되는 낭비다. 최근에는 각 당이 이를 통해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당의 정책을 유권자들에게 다시 한번 알리고, 단합과 결속을 모색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삼고 있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는 지난달 25일 저녁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막을 올려 28일까지 나흘간 일정으로 계속됐다. 이처럼 단합대회 겸 축제 행사로 열리다 보니 대회장 곳곳에 먹고 마시는 스탠드가 마련돼 있어 끼리끼리 모여 먹고 마시는 등 나흘 간 정신 없이 시끄러운 파티가 계속된다.

공화당 전당대회는 1일 시작되어 4일까지 나흘 일정으로 미네소타주에 있는 미니애폴리스-세인트폴 쌍둥이 시에서 열린다. 미니애폴리스는 대도시는 아니지만 미시시피강을 끼고 세인트폴까지 합치면 전당대회를 소화시키기엔 충분한 크기다.

공화당 전당대회는 1856년 6월 17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시작됐다. 공화당 전당대회는 주로 시카고에서 많이 열렸다. 미국 중간에 위치했기 때문에 교통이 편리하고 시설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152년 동안 39회 전당대회 중 13회를 시카고에서 열었다.

공화당 전당대회의 내용도 민주당과 비슷하다. 그야말로 축제다. 대의원 수가 자그마치 2,380명에 준 대의원 (Alternate Delegate) 2,227명까지 합치면 4,600명에 그 가족들, 또 외국에서 관람 온 VIP 들까지 합치면 거의 6,000명에 가까운 대규모 축제다. 물론 대의원들이 다시 소규모로 각각 맡은 바 소속 분과위원회끼리 모여 당의 정강정책을 토론하고 통과시키는 역할도 한다.

1992년 8월 17일 공화당 전당대회 때의 일이다.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의 재선을 지지하는 전당대회였고 특히 민주당 후보가 보잘 것 없는 아칸소주의 빌 클린턴 주지사였기에 거의 압도적인 부시 시니어의 재선을 예측했고, 그로 인해 이 전당대회는 그야말로 당선 축하까지 겹친 대축제였다. 장소도 부시 대통령의 근거지인 텍사스주의 휴스턴에서 열렸다.

전당대회 개막 발표 후 첫 번째 연설을 내가 맡았다. 당시 압도적으로 예비선거에서 승리해 당선자 자격이었던 내게 가장 중요한 시간을 맡긴 것은 아마도 내가 동양계로는 처음으로 공화당 연방 하원의원으로 당선됐기 때문일 것이다. 백인으로만 구성된 공화당 출신 의원에 비로소 동양 얼굴이 나타난 것이다. 그 때까지만 해도 흑인은 없었다.

연설 내용은 “Hard work always pays in America”, 즉 미국에선 열심히 일하면 반드시 그 대가가 있다는 내용이고 연설문은 정확히 4분이였다. 전당대회장은 아스트로돔 실내축구장으로, 워낙 넓어서 끝이 안 보였다. 그 전날 대회장에 나가 마지막 연습을 했다. 그 당시 텔레프롬터를 난 처음 봤다. 속이 뚫려 보이는 유리 조각을 양쪽 앞에 하나씩 세워놓고 연설 내용을 따라 읽는 것이다. 한 쪽만 주시하면 관중이 눈치챌까봐 양쪽에 하나씩 왼쪽 오른쪽을 번갈아 보며 읽어 내려간다. 난 처음 해보는 경험이라 연습이 필요했다. 한 명이 무대 밑에서 내 연설문을 읽어 내려가면서 나의 연설의 속도를 맞춰가면 컴퓨터에 저장된 연설문을 텔레프롬터에 반사시키는 것이다. 내 쪽에선 글씨가 보이지만 반대편에서 보면 한 개의 투명한 유리조각으로 밖에 안 보인다. 그 때는 이것이 무척 신기해 보였다.

다음 날인 8월17일, 우리들은 부지런히 아침을 먹는둥 마는둥 2시간 전에 대회장에 도착했다. 간단한 분장을 마치고 얼른 무대 밑에서 속도를 또 한번 맞춰봤다. 연습을 세 번 했다. 4분인데 내게 5분을 활용했기에 궁금해 물어보니까 중간에 박수가 있을 테니 그 시간까지 포함해 5분으로 늘렸다는 답변이다.

마침 내 시간이 왔다. 무대에 나타나니 우레 같은 박수 소리가 터져 た蹈?‘제이 킴, 제이 킴’ 하는 환호성이 들렸다. 특히 캘리포니아 대의원 쪽에선 캘리포니아주 기를 흔들며 목청 높여 환호하는 모습이 한 눈에 보였다. 나는 연습한대로 왼쪽 오른쪽을 번갈아 보며 4분짜리 연설문을 읽어 내려갔다. 중간 중간에 박수와 환호성으로 결국 꼭 5분이 걸렸다. 내 메시지는 공화당의 메시지였다. 분배를 우선으로 하는 민주당을 은근히 공격하는 내용이다. “미국에선 열심히 일하면 반드시 그 대가가 돌아온다”는 내용은 “일은 안 하고 남이 땀을 흘려 벌어놓은 것을 거저 분배하자”는 진보주의자들에 대한 비판으로 이민자인 나의 입을 통해 전달한 셈이다.

나는 이 바람에 영웅이 됐다. 이 것이 내게 나중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될지는 그 때는 전혀 몰랐다. 너무 일찍 떠오르는 정치가는 반드시 얻어맞게 돼 있다. 그러니 처음에는 조용히 낮은 자세로 몇 년 동안 힘을 키운 다음 서서히 떠올라야 하는 것이 미국의 정치인 것을 몰랐다. 나도 역시 뜨거운 냄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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