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스스로 손목을 자르고, 병원 사무장 등과 짜는 것도 모자라 10대까지 가담시키고, 인터넷을 통해 공모자를 공개 모집하기도….'
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07년 보험 사기 조사실적'에 나타난 보험사기 백태다.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당국에 적발된 보험사기 금액은 2,045억원, 혐의자는 3만922명에 달했다.
2006년에 비해 각각 14.8%, 15.6% 늘어난 수치다. 더 심각한 문제는 보험상품의 다양화에 따라 사기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으며, 혐의자의 직업과 연령도 광범위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병원 사무장이 가담한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강원 화천군 모 병원의 사무장인 이모씨는 보험설계사 박씨 등과 짜고 병원치료도 받지 않은 보험가입자 9명의 진단서를 가짜로 꾸며 보험사에 제출하는 수법으로 석 달 간 3,670만원의 보험금을 타냈다. 이씨는 이중 일부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도 청구해 240만원을 챙겼다.
노숙자를 이용한 보험사기단도 적발됐다. 석모씨 등 3명은 지병으로 반신불수인 노숙자 장모씨를 계단에서 밀어 떨어뜨리고 벽돌로 이마와 다리를 내리쳐 중상을 입힌 뒤 교통사고 피해자로 허위신고 해 2,500만원을 타냈다. 이들은 장씨 명의로 가입한 6개 보험사에서 추가로 5억4,000여만원을 타내려다 꼬리가 잡혔다.
인터넷을 통해 공모자를 '공개모집' 한 경우도 있었다. 배모씨는 인터넷 채용전문 사이트에 낸 '아르바이트 급구' 광고를 보고 연락해온 사람들과 짜고 고의로 37건의 교통사고를 낸 뒤 총 1억3,700만원의 보험금을 청구해 공모자들과 배분했다.
보험금을 노리고 자신의 신체 일부를 절단하는 엽기적인 수법도 여전했다. 최모씨는 2004년 9월 차량 정비작업 중 왼쪽 손목이 절단됐다며 34억원의 보험금을 청구, 9억원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월소득 120여만원인 최씨가 27개의 보험에 가입해 월 180만원의 보험료를 냈다는 점을 수상히 여긴 보험사가 손목모형을 이용한 현장실험과 컴퓨터 시뮬레이션 등을 동원해 끈질기게 추적한 끝에 지난해 고의 사고였음이 드러났다.
보험사들은 전직 경찰 등으로 이뤄진 조사전담조직 SIU(Special Investigation Unitㆍ손해보험업계 200명 활동)를 운영하고 있으나, 갈수록 수법이 다양화, 지능화하고 있는 보험사기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실제 보험사기로 인한 연간 보험금 누수액은 지난해 적발액의 10배가 넘는 2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수법과 더불어 사기 가담자의 유형도 다양해졌는데, 특히 최근에는 10대 청소년을 보험사기에 가담시키는 사례가 늘어 충격을 주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혐의자 중 10대는 전년 대비 83.5% 늘어난 578명(1.9%)에 달했다.
손해보험협회 김성 보험조사팀장은 "예전에는 교통사고를 위장해 자동차보험금만 노리는 것이 대세였다면, 최근에는 보험상품이 늘어나면서 한번에 여러 보험금을 타내려는 것이 추세"라며 "보험사기로 인한 누수액은 결국 보험가입자의 피해로 돌아가는 만큼 철저한 수사와 처벌 강화 등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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