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 사는 주부 최모(47)씨는 최근 귀가 중 모 백화점 인근 거리에서 선물세트를 샀다가 낭패를 봤다. '백화점 납품용인데 일부 남아서 싸게 판다'는 말에 현혹돼 굴비세트는 무료로, 옥돔 20마리가 든 선물세트 5개는 100만원에 구입했다. 하지만 얼마 후 최씨는 선물을 받은 지인에게서 "옥돔은 4마리 밖에 없고 얼음만 가득 차 있다"는 황당한 연락을 받았다.
여성 회사원 김모씨도 최근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권 사기를 당했다. 10만원짜리 상품권을 30%나 할인해 판다는 광고에 솔깃해 휴대폰으로 요금을 지불했지만, 상품권은 끝내 도착하지 않았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선물세트나 상품권 사기 판매 등 서민들을 등치는 민생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쪼들리는 서민 살림에 엎친데 덮친 격이다.
최근 일부 백화점 주변에서는 화물차를 세워놓고 '백화점 납품 물품인데 싸게 판다'며 주부를 현혹시키는 선물세트 사기가 횡행하고 있다. 겉포장에 생산자 사진과 연락처 등을 기재해 주부들을 안심시키는 수법으로 한우나 옥돔 등 고가의 선물세트를 속여 팔아 피해 규모도 제법 크다. 최근 광주에서 이 같은 피해 사례가 잇따라 신고됐다.
값싼 외국산을 국산으로 속이는 등 각종 식품의 원산지를 허위 표시하는 사기도 속출하고 있다. 최근 인천에서는 인도네시아산 냉동 갈치 1만 2,000여 마리를 '제주선어' 상자로 포장해 서울 시내 재래시장 등에 400박스를 유통시킨 수산업자가 경찰에 붙잡혔고, 캐나다산 목전지(목심+앞다리살)를 국내산 뒷다리살로 속여 판 경기 산본시의 한 식육점 업자도 적발됐다.
수입 쇠고기가 한우로 뒤바뀌거나 칠레ㆍ스페인산 돼지고기 냉장 삼겹살과 중국산 녹두 등이 국산으로 둔갑하는 등 원산지 허위표기 음식물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전문가들도 원산지를 쉽게 구분하기 힘들기 때문에 원산지 표시만 믿고 살 수밖에 없는 서민들만 주머니를 털리고 있다"고 말했다.
추석을 맞아 수요가 급증하는 상품권도 사기 판매가 극성이다. 온라인 쇼핑몰 외에 인터넷 포털의 개인 게시물에서도 유명 백화점이나 제화업체의 상품권을 30~50%이상 싸게 팔겠다는 글을 쉽게 볼 수 있지만, 이중 상당수가 사기 판매라는 지적이다. 상품권 피해사례는 지난달에만 한국소비자원에 20건 이상 접수됐다.
"상품권에 당첨됐다"며 이동통신 고객센터 직원을 사칭한 사기 전화도 급증하고 있다. SK텔레콤, KT 등의 고객센터 직원이라고 신분을 밝힌 뒤 "상품권에 당첨돼 지급하겠다"며 자동응답전화(ARS)로 연결시켜 서비스요금을 부과하는 수법이다.
귀성객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암표상도 활개를 치고 있다. 기차표를 수십장씩 싹쓸이한 암표상들은 인터넷 공간에서 대놓고 거래를 하고 있다. 1일 A인터넷 경매사이트에서는 추석연휴 하루 전인 12일 KTX 서울발 부산행 기차표가 평소보다 3배나 비싼 14만원까지 올랐고 KTX 용산발 광주행 기차표도 평소보다 2배가 넘는 9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부산으로 귀성할 예정인 정모(34)씨는 "암표상들이 경매싸이트에서 터무니 없게 높은 가격을 불러 화가 났지만 고향엔 가야 하겠기에 어쩔 수 없이 샀다"고 말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윤재웅 기자 juyoon@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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