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9월'의 시작인가.
정부와 한국은행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불씨가 꺼지지 않던 '9월 위기설'이 9월 첫날 환율 폭등과 증시 폭락으로 현실화됐다.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은 거의 투매에 가까운 패닉양상을 보였다.
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무려 27월이나 폭등한 1,116원에 마감됐다. 3년10개월 최고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1,100원선은 이날 무참하게 무너졌다. 1,110원을 넘어 1,120원까지 돌파(최고가 1,123.80원)하자, 외환당국은 긴급 시장개입을 단행해 환율상승을 저지했다.
외환 전문가들은 8월 무역수지 적자폭이 7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확대됐다는 소식과 증시 폭락, 투신권의 달러선물 순매수 움직임, 9월 위기설에 따른 불안 심리 등이 시장에 '패닉'을 불러온 것으로 분석했다.
9월 위기설이란 대규모 외화채권의 만기가 도래하는 9월 초에 외국인들이 채권을 회수함에 따라 외화 유동성 위기가 올 것이라는 시나리오. 정부와 한국은행이 그 가능성을 일축했고 시장 전문가들도 괴담수준의 위기설로 보고 있지만, 이날 환율의 급등은 시장내 잔존하는 심리적 불안감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음을 입증했다.
주식시장은 폭락했다.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9.81포인트(4.06%) 내린 1,414.43으로 마감해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고, 코스닥지수는 31.07포인트(6.61%) 폭락한 439.21로 마감하며 2년 3개월 전으로 돌아갔다.
이날 지수는 그동안 '셀 코리아'를 지속하던 외국인이 아닌 개인투자자들의 '매도 폭탄'이 원인이었다. 지난 주말 미국 증시가 하락한데다 허리케인급으로 격상된 열대성 폭풍 구스타브의 북상이 미국 연안의 석유 관련시설을 파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국제유가 상승에 대한 불안을 높였다. 환율 1,100원 돌파도 불안 심리를 확산시켰다.
한 시중은행 외환 딜러는 "'9월 위기설'이 '국가 지불능력 상실'이라는 시나리오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위기설 자체가 금융시장에 충격을 준 것은 사실"이라면서 "위기냐 아니냐 하는 논란이 가열되면서 금융시장에 불안이 가중돼 왔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증시안정을 위해 연말에 만료 예정이던 해외펀드와 국내 공모펀드에 대한 비과세혜택을 연장키로 했다. 홍영만 금융위 자본시장정책관은 이날 "최근 해외악재로 인한 주가하락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면서 "공모펀드와 해외펀드에 대한 비과세 혜택 연장이 주식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 정책관은 "시장 안정을 위해 파생상품에 대한 과세도 검토하지 않기로 했고, 주가 하락시 공매도가 과도하게 나타나는 점을 감안해 공매도 관련 규정 준수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민연금의 올해 투자계획을 보면 주식투자 여력이 10조원을 넘는다"며 국민연금의 주식투자를 희망했다.
최진주 기자 문준모기자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