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이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덕목을 다 합치면 한국의 대통령은 신에 가까운 초인이라야 한다. 청년실업 문제에 대한 요구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그래서일까? 정부가 또 다시 청년실업 문제에 대한 처방전을 내 놓았다.
그러나 지난 정부의 효과 없었던 대책과 별반 차이가 없다. 예산을 지렛대로 삼아 청년을 채용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주고, 창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취업률이 높은 대학에 지원금을 더 많이 주겠다는 것이다. 이런 처방으로 문제가 풀릴 수만 있다면 예산을 더 많이 쓰면서도 국회나 국민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좋을 것이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국정부는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보다 두 배가 넘는 고용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7%포인트가 높은 직업훈련비를 지출하고, 평균을 상회하는 취업알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부는 2004년 이후 매년 6,000억원 이상을 청년실업 대책에 쓰고 있다. 지난해에는 18만개의 청년일자리를 만들겠다고 11개 부처가 8,400억원으로 무려 45개의 사업을 벌인 바 있다. 그러나 목표가 달성되었다는 정부의 발표도, 목표가 이루어졌다고 믿는 국민도 아직은 없다.
무엇이 문제인가? 먼저 정부는 청년인력을 국가경쟁력 원천으로서의 전략으로 접근하는 대신 예산 지출에 의한 전시행정에 머물고 있다. 대학은 사립대를 중심으로 단기적 취업률 제고에는 애를 쓰지만 근본적 인재양성의 철학이 뚜렷하지 않다. 기업은 뽑아 놓으면 1년이 못되어 3할이 퇴사하는 현실 때문에 쓸 만한 인재가 없다고 툴툴거리며 가급적 사원 채용을 억제하는 입장이다. 일자리 제공의 여지가 가장 큰 중소기업은 좋은 인재가 오지 않는다고 자포자기한 분위기다.
가슴 타는 것은 200만 실업자의 원산지인 청년계층이다. 대학생들은 입학 이전부터 취업이 큰 관심거리다. 취업이 잘 되는 학과를 찾아가고 취업에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에 복수전공, 어학연수, 배낭여행, 봉사활동, 자격증 취득 등 다방면으로 안간힘을 쓰고 있다. 졸업자의 취업이 상대적으로 더 불리하다고 믿어 졸업을 가급적 기피하는 '졸피생'들도 수두룩한 현실이다.
해법은 없는가? 다소 이상적인 대안으로 들릴지 모르겠으나, 청년들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 근본적인 해답이다. 공무원이나 공공부문, 대기업이나 금융권에 청년들이 몰리는 현상은 높은 월급과 안정된 근무조건을 선호하는 의식을 반영하고 있다.
이것은 낡은 패러다임이자 청년실업을 양산하는 주된 원인이다. 이런 의식의 일대 전환 없이는 아무리 예산을 투입하고 다양한 사업을 전개해도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 500만 개에 이르는 중소기업이나 농어촌에 젊은 일꾼이 없어 애태우는 현실은 일자리가 부족하지 않음을 역설적으로 증명하고 있지 않는가.
정부는 단기적 구제책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청년의 가치관 정립을 목표로 하는 문화정책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대학은 기업이 선호하는 인력 양성을 위해 적극 노력하는 한편 직업의 가치에 대한 교육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적성과 소질을 찾아 직업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진다면 문제는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나아가 청년들이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부합하는 직업을 선택하겠다고 생각을 바꾼다면 그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가치가 공명하는 직업을 선택하면 일의 성과는 올라가고 자신의 발전은 그만큼 빠르게 되고 결과적으로 사회만족도가 높아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서재경 SPR경영연구소 대표ㆍ 조선대 초빙교수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저작권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