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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근준의 이것이 오늘의 미술!] 장 뒤뷔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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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근준의 이것이 오늘의 미술!] 장 뒤뷔페

입력
2008.09.01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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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자 그림에서 영감 '전후 추상의 佛대표 작가'로

미술사에서 '앵포르멜(L'art Informelㆍ'비정형 미술'이라는 뜻)'의 대표 작가로 분류되는 장 뒤뷔페(Jean Dubuffet, 1901-1985). 소위 '아르 브뤼(Art Brut)' 혹은 '아웃사이더 아트'를 주창한 것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아웃사이더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센강 하구에 위치한 항구도시 아브르(Le Havre)에서 태어난 뒤뷔페는, 1918년 회화를 공부하기 위해 파리로 유학을 떠났다. 하지만 그는 겨우 반년 만에 다니던 미술학교를 그만두고 놀다가, 결국 아버지의 와인 장사를 물려받았다. 1930년대에 잠시 다시 붓을 들었지만, 또다시 포기했다. 그가 다시 이를 악물고 회화 작업에 매진하기 시작한 것은, 1942년의 일.

1944년 10월, 뒤뷔페는 파리의 르네 드루엥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열고, 문화계에서 논란을 일으키며 '문제 작가'로 떠올랐다. 당시는 독일군이 후퇴한 직후였기 때문에, 기성의 가치를 부정하는 듯 뵈는 그의 작품은, 변화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시의적절해보였다.

그러자 아트 딜러인 피에르 마티스(화가 헨리 마티스의 아들)가 나섰다. 작품을 대거 구매한 그는, 1945년부터 뒤뷔페를 미국에 전격 홍보하기 시작했다.

작가는 사업가다운 면모를 발휘, '유력한 지식인'인 장 폴랑,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 등과 교유하며 전략적 노선을 개척했다. 타르, 자갈, 석고, 시멘트 등 비미술적 재료들로 제작한 연작 <오트 파트(haute pâte)> ('두터운 반죽'이라는 뜻)와 <원형(archetypes)> 이 바로 그 결과다.

하지만 더 큰 성과는 폴랑, 코르뷔지에와 함께 떠난 스위스 여행길에서 얻었다. 정신병원을 방문해 환자들의 그림을 수집하며, 타자성의 힘에 눈을 뜬 것.

하지만, 뒤뷔페가 '아르 브뤼'의 초기 개념을 정리하는 데 성공한 것은 1949년의 일이다. 그가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경도된 초현실주의 그룹에 전략적으로 접근한 것이 1948년경이니까, 필경 '편집증적 비평방법' 같은 초현실주의 메소드에서 영감을 받아 '아르 브뤼'를 구상했을 테다.

그렇게 마련된 성공을 발판 삼아, 뒤뷔페는 <우를루프(l'hourloupe)> (1962-1974) 연작을 발표하며, 늦은 전성기를 구가했다. ('우를루프'는 작가가 만들어낸 단어로, 늑대가 으르렁 거리는 소리 따위를 연상시키지만, 아무 뜻도 없다.)

'우를루프의 세계'는, 작가가 전화 통화 중에 무심코 종이에 남긴 무의미한 낙서에서 출발했다. 그 지글거리는 작은 낙서는, 이후 회화를 넘어, 판화, 조각, 건축, 무대, 퍼포먼스 등으로, 확장에 확장을 거듭했다.

1973년 뒤뷔페는 뉴욕구겐하임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열었다. 그때 그는 누가 봐도 위대한 예술가에 다름 아니었다.

미술ㆍ디자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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