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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기다려라, 우리가 간다' 21분18초마다 목숨 건 출동…119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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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기다려라, 우리가 간다' 21분18초마다 목숨 건 출동…119를 위하여

입력
2008.09.01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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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미현 등 102명 지음/출판도시문화재단 발행ㆍ304쪽ㆍ1만원

'살아서 돌아오라, 그리고 살아서 돌아오라.'

소설가 김훈씨는 도심을 뒤흔드는 소방차의 소리를 들을 때마다 늘 그렇게 마음속으로 기도를 올린다고 서문 '인간에게 다가오는 인기척'에서 쓰고 있다. 이 책은 왜 그런 간절한 바람이 필요한지를 102명의 증언으로 밝혀 준다.

산불, 수재, 해양 사고, 교통 사고, 붕괴, 매몰, 추락, 응급 환자 수송 등 별의별 긴급 상황에서 재난의 현장으로 진입하는 119 구조 대원들의 이야기다. 아파트 문열어주기, 미친 개 죽여 주기, 한강 자살 소동자를 달래서 끌고 내려오기 등의 일은 한가로울 지경이다. 평균 낸다면 2분 18초마다 출동, 6분 48초마다 한 사람씩 구해 오는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다.

2001년 소방관 6명의 목숨을 앗은 홍제동 주택 화재 사건을 필두로, 경중을 구분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현장이 당시 가장 가까이 있었던 사람의 입으로 재현된다. 예고 없는 폭발은 무서운 복병이다. "대원들은 폭발 당시 화염을 피해 계단으로 뛰어내려가다 겹겹이 엎어졌고, 나는 화염을 맞으며…."(26쪽)

들것으로 환자를 싣고 가다 체력이 소진돼 아찔했던 경험, 기도가 막힌 신생아를 응급실까지 이송하던 기억, 한겨울의 야간 산악 암벽 구조, 영세한 공장이 밀집한 지역에서의 목숨을 건 구조 작업 등 이들의 경험은 매편이 한 편의 재난 영화다.

그 중에는 교통 사고 환자를 평소대로 응급 수송해 병원의 처치를 받고 보니 에이즈 환자라는 사실이 드러나 불가피하게 체액을 묻혀야 했던 대원들이 초긴장 상태에 빠졌던 일도 있다(164쪽). 질주하는 차량들 한가운데에서 구급 활동을 펼쳐야 하는 교통 사고가 하필이면 안개가 자욱한 상황에서 벌어져 목숨을 잃을뻔 하기도 한다(233쪽).

이 책은 지난해 경기도 119소방대원과 파주출판도시문화재단이 재난 구조의 현장을 문자로 기록, 안전 의식을 고양할 목적으로 씌어진 글을 정리ㆍ취합해 만들어졌다. '생활 속의 119 응급 조치' 등 부록은 긴요한 읽을거리다.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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