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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이코노미에게 물어 봅시다] 요즘 다들 환율, 환율 하는데, 왜 이리 민감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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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이코노미에게 물어 봅시다] 요즘 다들 환율, 환율 하는데, 왜 이리 민감한 걸까요

입력
2008.09.01 00:20
0 0

Q.

지난주 원ㆍ달러 환율이 4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는 뉴스가 각 신문의 머릿기사를 장식했습니다. 경제가 가뜩이나 어려운데 환율마저 급등하면서 위기가 더욱 심해질 거라는 우려도 높은 상태죠. 도대체 환율이 뭐고 경제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길래 다들 이렇게 걱정이 많은 걸까요. 닥터 이코노미에게 물어봅시다.

A.

환율이 뭐죠

한 국가의 돈은 보통 그 나라 안에서 거래할 때만 쓰기 때문에 외국과의 거래를 위해서는 항상 ‘돈의 교환’이라는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여기서 서로 다른 두 나라의 돈이 교환될 때 적용되는 교환비율이 바로 환율입니다. 편의상 오늘은 우리나라 원화와 미국 달러화를 중심으로 이야기 하겠습니다.

더 쉽게 말하면 환율은 외국 돈의 가격을 의미한다고 생각해도 됩니다. 예를 들어, 지난달28일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환율은 달러당 1,082원을 기록했는데요, 이는 미국 돈 1달러의 가격이 우리나라 돈으로 1,082원에 해당한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환율이 변하면 어떻게 될까요? 가령 환율이 달러당 1,200원으로 올랐다고 칩시다. 그럼 1달러를 얻기 위해 우리 돈을 1,200원이나 줘야겠지요? 이는 미국 돈의 가격이 올랐다는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우리나라 돈의 가치가 그만큼 하락했다는 의미이고 이를 가리켜 원화가 절하되었다고 합니다. 혼동하기 쉬우니 잘 알아두세요. 환율의 상승은 원화가치의 하락(절하)을 의미하고요, 반대로 환율의 하락은 원화가치의 상승(절상)을 뜻합니다.

환율은 어떻게 정하죠

세계적으로는 환율을 일정수준에 고정시켜 놓는 제도(고정환율제ㆍ풀어읽는 키워드 참조)를 운영하는 나라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처럼 자유변동환율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환율이 보통의 상품가격과 마찬가지로 외환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됩니다.

일반적으로 외환시장은 외국 돈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은행간 시장을 의미하지만 넓은 의미로는 일반고객과 은행이 거래하는 대고객 시장을 포함하기도 합니다. 이 외환시장에서 원화를 달러화로 바꾸고자 하는 요구(외환수요)가 많으면 환율이 오르게 되고 반대로 달러화를 원화로 바꾸고자 하는 요구(외환공급)가 많으면 환율이 내려가게 되는거죠. 이런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켜 주는 수준에서 달러의 가격, 즉 환율이 결정되게 됩니다.

환율은 왜 움직이나요

환율은 기본적으로 미 달러화의 수요와 공급이 변동함에 따라 움직이게 됩니다. 달러에 대한 수요는 외국으로부터 상품을 수입하거나 외국에 투자하려고 하는 경우에 생기고, 공급은 우리 상품을 수출한 대금을 받아오거나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투자하기 위해 달러를 들여오는 경우에 발생합니다. 즉, 국제수지가 흑자가 되면 달러가 많이 들어오면서 환율이 하락하게 되고 국제수지가 적자가 되면 반대로 환율이 상승하게 됩니다.

단기적으로는 뉴스, 루머,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일방적인 기대 등 심리적인 요인에 의해 환율이 큰 폭으로 변동하기도 합니다. 이는 장래의 경제여건이 서서히 변화하더라도 이런 기대가 확실할 경우 이를 일시에 반영해버리는 금융시장 자체의 특성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환율은 각국의 경제성장, 물가, 이자율 등 기초 경제여건을 반영해 움직이게 되지요.

요즘 환율은 왜 오르는거죠

작년 하반기부터 환율은 매우 빨리 오르고 있습니다. 올초만 해도 930원대이던 환율이 지난주에는 1,080원대가 됐으니까요. 여기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습니다만, 가장 기본적으로는 달러를 찾는 사람(달러 수요)이 많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우선 원유 등 국제원자재가격 급등의 영향입니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원유를 수입하는 국내 기업들이 외국에 지급해야 할 달러가 크게 늘었습니다. 전에는 원유수입 대금으로 1억달러만 주면 됐던 것을 이제는 같은 물량에 대해 1억5,000만달러를 줘야 한다면 이 회사는 국내 외환시장에서 5,000만달러를 더 구해야 할테고 이는 달러수요를 늘리게 됩니다.

여기에 외국인들이 그동안 우리 주식시장에 투자했던 자금을 올들어 대거 회수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는 한국 주식의 매력이 떨어졌다기 보다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로 피해를 입은 세계적 금융회사들이 당장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나라뿐 아니라 여러 나라에 투자했던 자산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환율변동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치나요

이처럼 환율은 주위의 경제여건에 따라 변동하지만 반대로 환율의 변동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요즘처럼 환율이 오를 경우, 즉 원화가 절하될 경우 경제에 어떤 되袖?미치는지 알아보죠.

우선 환율이 오르면 우리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져서 수출이 늘어나게 됩니다. 종전에는 100만원 짜리를 수출할 때 1,000달러를 받았다고 합시다. 환율이 1,000원에서 1,100원으로 오르면 909달러만 받아도 수출업자가 받을 수 있는 돈은 여전히 100만원이 됩니다. 그만큼 수출가격을 낮출 수 있는 거죠. 물론 수출단가를 낮추지 않고 종전처럼 1,000달러를 받으면 수출업자가 버는 돈은 110만원이 돼 수익성이 좋아지게 됩니다. 이렇게 수출이 늘어나면 수출기업들이 고용을 늘리게 되고 경제성장에도 도움이 됩니다. 또 수출이 늘어나는 한편, 수입은 줄어들게 돼 경상수지가 개선되는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환율상승의 효과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수입하는 상품과 원자재의 국제가격이 변하지 않는다 해도 환율이 상승하면 수입업자가 치러야 하는 원화가격이 올라 자연히 국내물가가 올라갑니다. 원재료의 수입의존도가 큰 기업들은 수입가격 상승으로 인해 채산성이 악화되니까 제품가격을 인상해야 하고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부담 증가로 돌아오게 됩니다. 또 외국 빚을 많이 지고 있는 기업들은 원화가치 하락에 따라 그만큼 원리금 상환부담이 늘어나 기업경영이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물론 환율이 떨어지게 되면 위에서 말한 것과 반대의 현상이 생기게 되죠.

이처럼 환율변동은 경제 여러 분야에 각기 다른 영향을 미치므로 어떤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좋다거나 나쁘다고 할 수 없습니다. 다만, 환율은 기초 경제여건을 반영하는 가운데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습니다.

◆풀어읽는 키워드

-고정환율제도

정책적 판단에 따른 환율 묶어두기

고정환율제도는 말 그대로 한 나라의 정책당국이 경제여건상 합리적이라고 판단되는 수준에 환율을 고정시켜 놓는 것입니다. 정책당국이 환율을 인위적으로 높게 유지함으로써 수출활성화를 통한 경제성장 전략 추구에 유리하기 때문에 지금도 여러 개발도상국에서는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간 자유로운 자본이동을 특징으로 하는 지금의 세계경제 체제와는 다소 맞지 않는 점이 있어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자유변동환율제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고정환율제가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1870~1914년 사이 유지됐던 금본위제로 그 당시 각국 통화는 일정 무게의 금에 연동되어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1945~1971년 사이 브레튼우즈 체제 당시였는데 각국 통화는 미국 달러화에 연동되고 달러화는 다시 금에 연동돼 움직이는 간접적인 금본위제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금본위제는 1차 세계대전 발발로, 브레튼우즈 체제는 미국의 국제수지 적자 확대로 무너지고 말았죠.

■ 당국 개입해도 환율 잡기 어려워

올들어 환율을 다룬 기사마다 자주 등장했던 설명이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 때문에 환율이 급변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비상 상황도 아니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국이 시장에 개입하다니 무슨 말일까요.

일반적인 상품을 사고파는 시장과 달리, 외환시장에서는 외환당국도 엄연한 매매주체(시장 참여자)로 여겨집니다. 물론 목적은 다릅니다. 외환딜러들은 거래를 통해 차익을 노리고 기업들은 달러를 구하거나 처분하기 위해 나섭니다만 당국은 대부분 환율을 관리하기 위해 시장에 나옵니다.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을 정부가 관리한다니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환율이 그만큼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으로도 원유를 많이 수입하는 우리나라에서조차 환율과 유가가 똑같이 10% 올랐을 때 경제에 미치는 파괴력은 환율이 4배 가량 크다는 분석이 있을 정도입니다. 환율은 모든 수출ㆍ입품에 적용되니까요. 그래서 당국은 경제에 해악을 끼치지 않는 선에서 환율을 관리하려 하고 남들과 달리 싼 가격에 달러를 팔기도, 비싼 가격에 사기도 한답니다.

당국이 외환시장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보통 시장개입이라 하는데, 통상 '말'(구두개입)과 '실제 달러 사고팔기'(실개입)의 형태를 띱니다. 엄청난 양의 달러를 쥐고있는 정부 당국자가 "환율이 심상치 않다"고 하면 다들 긴장하겠죠. 그래서 구두개입만으로도 효과가 상당합니다. 이걸로 모자랄 때는 실제 달러를 사기도, 팔기도 하면서 환율을 조정하는 거죠.

외환당국이라 하면 보통 환율관리의 최종권한을 가진 정부(기획재정부)와 외환보유액을 관리하는 한국은행을 지칭합니다. 두 기관이 수시로 협의하면서 미리 정해둔 국내외 시중은행의 외환창구를 통해 시장개입에 나서게 되죠. 다만 개입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당국은 절대 '개입했다'고 시인하지 않습니다. 매일 시장의 흐름을 체크하는 외환딜러들이 그날그날의 특이한 매매 움직임을 보고 개입 규모를 추정할 뿐이죠.

최근 들어 당국이 자주 했던 '달러 매도개입'은 시장에 달러를 내다 팔아(달러공급 증가) 환율을 끌어내리는 효과를 나타냈습니다. 반대로 매수개입을 하면 환율은 올라가겠죠.

시장에서는 흔히 '결국에는 시장이 이긴다'고 합니다. 당국의 개입도 결국 거대한 수요와 공급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는 뜻이죠. 그래서 전문가들은 "당국의 개입도 환율방향을 좌우하려 하기보다 급변동을 막는 수준에서 그쳐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습니다.

안상준 한국은행 조사국 과장 김용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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