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의 유동성 위기가 심각하다. 미분양 급증과 입주 지연 등으로 자금 유입이 막히면서 미수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탓이다. 유동성 압박이 심해 금융권 차입으로 근근이 버티는 건설사가 늘어나면서 일부 중견 건설사까지 부도설에 휩싸이는 등 '연말 대란설'이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전국의 미분양 25만가구
31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현재 전국의 미분양 가구수는 14만7,230가구. 전달에 비해 1만9,060가구 증가했다. 그러나 통계에 잡히지 않는 소규모 아파트 등을 합칠 경우 실제 미분양은 25만 가구를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여기에 묶인 건설업체들의 유동성만 대략 5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주택 건설과 관련된 주요 건설사들의 공사ㆍ분양 미수금도 크게 늘었다. 국내 10대 건설사중 현대산업개발의 올해 상반기 공사미수금(도급사업에서 발생한 미수금)은 8,032억원으로, 2006년 말(4,469억원)에 비해 80%나 늘었다. 대림산업도 같은 기간 8,256억원에서 1조4,839억원으로 80% 증가했다.
중견업체인 동일하이빌의 공사미수금은 2006년 말 282억원에 불과했지만, 올 6월에는 1,513억원으로 5배 이상 불어났다. 월드건설도 692억원에서 1,482억원으로 2배가 늘었다.
분양미수금(자체 사업에서 발생한 미수금)도 급증했다. 롯데건설의 경우 2006년 말 69억원에 불과하던 분양미수금이 올해 6월말 현재 1,614억원으로 23배나 급증했다. 우림건설은 같은 기간 3,700만원에서 319억원으로 800배나 불어나 경영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이 때문에 2006년 말 82억원이던 단기 차입금을 381억원으로 늘릴 수밖에 없었다.
신규 사업 위축 우려
이처럼 건설사들의 주머니 사정이 어렵다 보니 신규 투자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현금성 자산이 줄고 금융권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할 경우 자칫 부도 위기에 내몰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규 투자 위축은 건설사들의 수익성을 더욱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경기 침체→미분양 급증→유동성 악화→신규 사업 차질→건설사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될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은행 PB사업단 안명숙 팀장은 "재무구조가 악화할수록 신규 사업에 대한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신규 분양의 발목까지 잡게 될 것"이라며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가 미분양 증가에 따른 자금난과 부채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여파로 국내 금융계가 여전히 불안한 상황임을 감안할 때 건설사들이 금융권 대출 의존도를 높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자산매각 등의 자구 노력을 해서라도 재무 건전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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