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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카요 부인의 재판' 1차대전 눈앞서…프랑스를 뒤흔든 '여섯발의 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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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카요 부인의 재판' 1차대전 눈앞서…프랑스를 뒤흔든 '여섯발의 총성'

입력
2008.09.01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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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베렌슨 지음ㆍ신성림 옮김/동녘 발행ㆍ424쪽ㆍ1만6,000원

여인은 남자를 죽였지만, 법정은 그녀에게 무죄 선고를 내렸다. 일단 분노나 질투, 증오에 휩싸이면 "근본적으로 나약한"(159쪽) 여자들은 쉽게 통제를 잃는다는 판단이었다. "미친 사람이 된"(41쪽) 나머지 일을 저질렀다는 그녀의 법정 진술이 배심원들에게 완벽히 먹혔다.

1914년 7월, 넉 달 전 백주의 총격 살인 사건으로 피소돼 증인석에 오른 카요 부인. 급진당 당수인 남편을 끈질기게 공격하던 보수 신문 <르 피가로> 의 편집장에게 여섯 발의 총탄을 난사한 사람이다. 그러나 "취약함, 비합리성, 의존성이 여자를 진짜 여자로 만든다"(160쪽)는 당대 통념 덕에 뜻밖에도 여성성을 발현한 여인으로 거듭난 것이다.

제 1차 세계대전의 전운이 무르익고 있었지만, 당대인들은 사건의 진행에 일비일희했다. 프랑스 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증서를 제출한 재판인 데다, 역사적인 드레퓌스 사건에서 에밀 졸라를 변호했던 변호사가 변호를 담당했을 정도였다.

이 시대 독자들의 눈에는 당시 프랑스의 중죄 재판소의 풍경이 이채롭다. 그 곳은 법정이라기 보다는 대중 연극 공연장이었다. 피고든 원고든 자신이 할 수 있는 말은 거침없이 할 수 있었던 현장은 방청객과 신문 기자들에게 대단한 구경거리일 수밖에 없었다.

책은 저자의 문학적 상상력 덕에 한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처럼 과거를 되살린다. 피소자와 판사 등 6명의 주요 인물들을 내세워 각자의 관점을 따라간 여섯 개의 장은 20세기 초 프랑스 사회를 '대중과 매체'라는 주제에 맞게 재구성해 낸다. "정치의 사회면 기사화는 세상을 …(중략)…공개 드라마로 제시함으로써 독자들을 현실이라는 거대한 극장으로 몰아넣었다."(322쪽) 살인, 연애, 섹스, 음모가 단일 사건에 얽혀 들어 세간의 관심을 유발ㆍ증폭시켜나갔던 과정이 생생한 대화 형식을 빌어 재현된다.

이 책은 신문, 잡지, 성명, 소설 등 당시 언론의 역할을 했던 자료들을 취합해 당시의 현장을 21세기 독자들에게 바싹 들이댄다. '미시사(微示史) 읽기'의 모범으로 평가 받고 있는, 소설 같은 역사서다. 벨 에포크(Belle Epoque, 아름다운 시절)라 통칭돼 온 19세기 말~제 1차 세계대전 직전까지의 '평화 시기'가 어떠했는지 드러난다.

당시 남성들의 사회적 위상은 하향선을 긋고 있었다.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상황이라는 시대적 배경 아래, 여성 해방, 이혼의 합법화, 남성 무력화 등의 상황이 중첩돼 있었던 것이다. 요즘 시각으로도 크게 낯설지 않다.

장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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