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연예 프로듀서(PD)들에 대한 검찰의 사법처리가 잇따르면서 기획사와 일부 예능 PD들간 '검은 거래'의 내용이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29일 검찰 등에 따르면 이날 구속기소된 이용우 KBS 전 책임프로듀서(CP)와 전날 구속된 MBC 고재형 CP는 연예계와 PD들간에 이뤄질 수 있는 좋지 않은 뒷거래의 양태를 거의 모두 보여줬다.
연예인의 방송출연 대가로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는 전형적인 행태는 이번에도 빠지지 않았다. 고 CP는 현금 2,000만원과 1만 달러(한화 1,000만원 상당)를 받았다. 그는 수시로 기획사 관계자들과 룸살롱을 찾아 향응과 금품을 함께 제공받았다.
고 CP는"무엇을 준비했으니 자동차 열쇠를 달라"는 기획사 대표의 말을 듣고 순순히 자신의 BMW 승용차 열쇠를 건네 돈을 실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이심전심'형 금품수수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이 전 CP는 금품수수액만 1억1,000여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2005년을 전후해 코스닥 시장에 우회상장하는 연예기획사가 늘어나면서부터 주식이라는 새로운 상납수단이 등장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고 CP는 팬텀엔터테인먼트로부터 "조만간 우회상장할 예정인데, 필요한 금액만큼 주식을 살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팬텀의 주식 3만주를 시세의 70% 수준인 주당 1,000원에 매입했다.
우회상장 이후 팬텀 주가는 연일 폭등했고, 고 CP는 주식을 팔아 원금의 7배에 달하는 2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명백한 주식상납 구조다.
그는 심지어 주식 매입 자금도 연예기획사로부터 상납받는 뻔뻔스러움을 보였다. 검찰은 "유명 연예인의 아들인 기획사 대표 조모씨에게 3,000만원의 주식대금 대납을 요청해 성사시켰다"고 밝혔다. KBS의 김모 CP와 SBS의 배모 국장 등 10명 안팎의 PD들도 팬텀 주식 저가 매입 의혹을 받고 있어 주식 로비의 전모가 조만간 규명될 전망이다.
도박도 공공연하게 이뤄졌다. 고 CP는 지난해 12월초부터 올해 1월 중순까지 한달여 동안 마카오를 네 번이나 찾아 도박을 했고, 앞서 2004년 4월부터 3년 동안 주당 1,2회에 걸쳐 호텔과 룸살롱 등지에서 상습적으로 도박을 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이 자리에는 연예기획사 관계자들이 빠짐없이 배석했음은 물론이다.
이 전 CP는 아예 도박에 빠져 17억원의 빚을 지게 되자 본격적으로 금품수수에 나선 경우다. 그는 도박자금이 부족해지자 노골적으로 기획사측에 돈을 요구해 한 차례에 수백만~수천만원씩 받아갔다. 검찰 관계자는 "일부 연예PD와 기획사간의 금품 거래는 위험수위를 넘어섰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 비·이효리 등 스타급 출연도 뒷돈
'비, 이효리, 옥주현, god, 이수영, VOS, 지석진, KCM, 리즈, 조윤희…'
구속기소된 이용우 전 KBS CP가 금품수수의 대가로 방송에 출연 시켜준 것으로 파악된 연예인들의 면면이다.
29일 검찰에 따르면 이 전 CP는 2004년 ㈜스타제국 대표의 청탁을 받고 당시 신인가수였던 'VOS'를 '윤도현의 러브레터' 등에 두 차례 출연시켜주고 1,550만원을 받았다.
당시로서는 유명 MC가 아니었던 지석진을 ㈜에이스미디어 대표의 청탁에 따라 '여걸파이브' 등에 고정 출연시켜준 것도 이 무렵이다. 그는 대가로 1억1,000만원을 받아 1년간 도박자금 등으로 사용한 뒤 아무런 이자 없이 원금만 변제한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확인됐다.
그는 같은 해 ㈜해피엔터테인먼트 소속의 신인가수 KCM을 방송에 출연시켜 주고 2,000만원을 받았다. 팬텀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 이수영과 리즈의 방송 출연, 탤런트 조윤희의 예능 프로그램 MC 발탁 등 대가는 3,000만원이었다.
스타급 연예인들의 방송 출연에도 뒷돈이 따랐다. 이 전 CP는 2004년 ㈜JYP엔터테인먼트 소속의 가수 '비'와 'god'의 새 앨범이 발매되자 이들을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출연시켜 앨범을 홍보할 수 있도록 해주고 기획사로부터 1,000만원을 받았다. ㈜DSP엔터테인먼트도 소속 가수 이효리, 옥주현의 방송 출연 등 대가로 이 전 CP에게 3,500만원을 지급해야 했다.
연예계에서는 스타급 연예인들의 경우 기획사들이 이들의 방송 출연을 위해서라기 보다 다른 소속 연예인들의 방송 출연, 장기적인 우호관계 확립 등 포괄적인 목적으로 돈을 건넸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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