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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공무원연금 개혁 물 건너가나

입력
2008.09.01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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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연금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재정을 압박하고 있다. 올해 1조원을 돌파한 공무원연금 적자는 내년에는 2조원 이상으로 급증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문제는 공무원 연금적자 규모가 향후 5년간 16조원, 10년간 40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다.

현행 법 상 이 같은 대규모 적자는 고스란히 세금으로 막아줘야 한다는 점에서 가뜩이나 고유가와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을 왕짜증 나게 만들고 있다. 2000년에 개정된 공무원연금법에 따르면 연금적자가 발생하면 국민의 혈세로 보전해 주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공무원연금의 기형적 구조를 지탱하기 위해 세금을 사금고처럼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몰염치한 발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최근 기획재정부에 내년 중 공무원연금 적자를 2조500억원으로 예상하고, 내년 예산에서 보전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도덕적 해이의 대표적 사례다. 내년도 보전요구액은 올해 1조2,684억원보다 61.6%나 늘어난 액수다. 2003년의 548억원과 비교하면 40배 이상 폭증했다.

혈세로 메우는 눈덩이 적자

기금 고갈 위기를 맞고 있는 국민연금에 대해서는 지난해 연금 지급액의 3분의 1을 삭감하고, 지급 시기도 60세에서 65세로 늦추는 등 개혁을 단행한 것과 뚜렷이 대비된다. 정부가 국민들의 '노후자금'은 팍팍 깎는 용기를 보이면서도 자신들의 '노후몫' 수술에는 눈을 감고 있는 셈이다.

공무원연금은 시급히 수술대에 올라야 하는데도 개혁은 원점에서 맴돌고 있어 볼썽사납다. 참여정부는 2006년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연발위)를 발족시켜 개혁에 나섰지만, 공무원노조의 반발에 밀려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도 마찬가지다. 원세훈 행안부 장관은 3월 공무원 연금개혁을 상반기에 마무리하겠다고 했지만 식언으로 끝났다. 행안부는 6월 연발위원 28명 중 10명을 공무원 노조측 인사로 구성하는 퇴행적 조치까지 취했다.

연발위는 그 동안 몇 차례 회의를 열었지만 연금 지급률, 보험료율, 수급연령 및 연금액 산정기준 등 쟁점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간 전문가로 참여하는 K씨는 "회의에 참석하는 1~2명의 전문가가 좀처럼 양보하지 않는 노조측 인사들과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위원회에서 탈퇴하는 것도 생각 중이다"며 답답한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원 장관은 최근 "공무원연금을 '적게 내고 많이 받는 방식'에서 '많이 내고 적게 받는 방식'으로 개혁하기로 합의가 이루어져 9월 정기국회에서 해결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겉돌고 있는 연발위의 행보를 감안하면 타협안 도출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나마 행안부가 마련 중인 개편안도 지난해 1월 도출된 연발위 1기안보다 후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국민적 반발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1기안의 경우 신규 공무원은 국민연금 수준으로 급여를 낮추되, 기존 공무원의 부담은 최소화해 '무늬만 개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2기안의 경우 신규 공무원도 기존 공무원에 포함시켜 보험료 부담률만 조금 높여 지급률 감소를 최소화하는 졸속안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민연금과 개혁 형평 맞게

공무원들도 은퇴 후 적절한 소득을 보장 받아야 한다. 하지만 '저부담-고급여'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세금을 마구 갖다 쓴다면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연금과의 형평을 맞추기 위해서도 기존 공무원과 신규 공무원, 국민이 균형있게 고통을 분담하는 개혁안 도출이 시급하다. 선진국처럼 국민연금 수준으로 개편하되, 공무원들의 직역(職域) 특성에 맞는 신 퇴직연금제도를 개발해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정부는 이번에도 시간을 끌며 공무원 연금개혁을 용두사미로 전락시킨다면 국민적 공분이 폭발할 것임을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 공기업 개혁이 흐지부지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국민들의 실망이 커지고 있다. 공무원 연금수술마저 시늉만 낸다면 이명박 정부가 내세울 정권초기 개혁 성적표는 더욱 초라해질 수밖에 없다.

이의춘 논설위원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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