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 무역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 65년 수교이후 올 7월까지 대일 무역적자 규모는 3,312억4,000만달러.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전체 무역수지는 989억달러 흑자.
우리나라가 전세계로 수출해 벌어들인 달러를 사실상 모두 일본에 갖다 바친 꼴이다. 정부는 90년 이전부터 수차에 걸쳐 대대적인 대일무역역조 개선대책을 내놨으나 개선되기는커녕 최근들어 더욱 확산되는 추세다. 4조원 이상 쏟아부은 정부의 ‘20년 대책’이 공염불이 되고 만 것이다.
28일 지식경제부와 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1~7월 대일 수입액은 374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수출된 금액은 172억9,000억달러. 201억4,000달러의 적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2%가 늘어난 것으로 같은 기간 우리나라 무역수지 적자(83억5,000달러)는 전적으로 일본 때문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대일 무역수지 적자는 350억달러 안팎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사상 최대치다.
이처럼 대일 무역적자 폭이 커지고 있는 것은 우리 기업들이 수출을 하기 위해선 먼저 일본으로부터 부품이나 소재 등을 수입해 올 수 밖에 없는 ‘대일 수입 유발형 구조’ 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고생만 실컷 하고 과실은 일본이 따먹는 ‘가마우지 경제구조’라는 것이다. 실제로 대일 수입의 70%는 중간재가 차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철강이다. 국내 조선업체들의 조선용 후판 수요는 올해 1,000만톤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이를 공급하고 있는 포스코와 동국제강의 생산 능력은 400만톤에 불과한 수준. 결국 600만톤 이상을 수입해야 하는데 업계에선 이중 200만톤 가량은 일본에서 수입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더구나 조선용 후판 가격은 지난해 톤 당 70여만원에서 최근 120만원까지 급등한 상태다.
이처럼 고질적인 부품ㆍ소재 부문 대일 무역 적자에 최근엔 소비재까지 가세, 적자폭이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올 상반기중 일본산 소비재 수입은 20억3,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1% 증가했다.
오디오레코드가 전년 동기 대비 178.4%, 전자게임기 수입규모는 64.6%나 늘었다. 승용차는 일본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잘 팔리는 모델이 생길 정도의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상반기 일본 간장 수입도 전년 동기 대비 3배 증가했고, 골프장갑은 4.2배, 스킨 화장품은 8.5배나 상승했다.
전영재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산업재와 소비재에 이어 최근에는 줄곧 흑자였던 대일 여행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서고 있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라며 “산업 구조의 특성상 당장 수입을 줄이긴 힘든 만큼 적극적인 대일 수출 노력을 통해 적자 폭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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