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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불교도대회 성난 佛心 인산인해/ 동자승서 老신도까지 "불교 능멸에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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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불교도대회 성난 佛心 인산인해/ 동자승서 老신도까지 "불교 능멸에 분노"

입력
2008.08.28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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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심이 모로 누웠다. 27일 서울시청 앞 광장은 가사 장삼을 입은 스님과 불교도들로 뒤덮였다. 불자들(주최측 추산 20만명, 경찰추산 6만명)은 "누구 때문에 평안하지 않은 겁니까?"라는 태고종 법현 스님의 질문에 일제히 "이명박, 이명박, 이명박"이라고 외쳤다.

범불교도대회는 '헌법파괴 종교차별 이명박은 사과하라' '대한민국 정부는 선교의 도구가 아니다' 등의 구호가 적힌 300여개의 만장(輓章)을 앞세운 2만5,000여명의 불자들이 조계사에서 출발해 종각네거리, 을지로1가를 거쳐 서울광장으로 들어서면서 시작됐다.

신도들 중에는 50대 이상의 여성 신도들이 가장 많이 눈에 띄었다. 평소 대형 집회와는 거리가 멀었던 주부와 '어르신'들이었다. 경남 양산 통도사 신도라는 이모(54ㆍ여)씨는 "이런 집회에 참석하는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라면서도 "왜 정부가 불교도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혀를 찼다.

'한나라당아 불상 뿔났다. 표로 응징해 줄끄마'라는 표지를 든 조명희(43)씨는 "부산에서 가게 문을 닫고 평소 절에 함께 다니던 친구들과 서울에 왔다. 경찰이 조용기 목사였다면 검문을 했겠냐"며 "불교도를 깔본 어청수 경찰총장은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동자승들도 대회 한자리를 차지했다. 조계사의 박종범(12) 동자승은 "불교는 착한 종교인데 대통령님은 왜 불교를 미워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예불과 기도 등으로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되던 대회는 선원대표 지환 스님의 결의문 낭독이 이어지면서 한껏 달아올랐다. 대통령의 공개사과와 경찰청장 파면, 종교차별 금지 법제화 등의 요구안이 발표될 때마다 신도들은 구호를 함께 외치며 성난 불심을 나타냈다.

구호를 따라 외치던 서안(중앙승가대) 스님은 "도저히 불자로서 분노를 참을 수 없어 불경을 읽어야 할 학승임에도 불구하고 서울광장에 나오게 됐다"며 "대통령과 정부는 참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자들은 발원문을 통해 스스로 참회했다."한국불교가 능멸당한 것을 진심으로 참회하옵니다. 교회는 보되 법당과 성당과 교당은 보지 못하는 위정자들을 지도자로 만든 저희들의 공업(共業)을 머리 숙여 참회하옵니다."

범불교도대회 봉행위원회 대변인 승원 스님은 대회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이번 일은 불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라고 규정하고 "한국 사회의 통합과 화합을 위해서는 이번 사태에 모든 책임을 갖고 있는 대통령이 문제를 앞장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회에서는 '안티MB' 인터넷 회원들과 주부 등이 '영어 몰입교육 반대''국제중 반대''역사 왜곡 뉴라이트 반대'등의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번 대회를 미신고 집회로 규정, 광장 사용료와 무단 사용에 따른 변상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불교계로부터 기독교 집회 등과의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반발을 사고 있다.

■ 정부반응 따라 갈등 장기화-돌파구 '갈래'

범불교도대회 이후 불심의 향배는 어디로 흐를까.

불교계가 사상 최대 규모로 개최한 범불교도대회는 27일 평화적으로 끝났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수석회의에서 종교편향이 없도록 지시하고, 유인촌 문화관광부장관이 종교편향 대책을 발표했지만 불교계의 4대 요구사항 중 가장 핵심이랄 수 있는 대통령의 사과와 유감 표명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청와대측은 불교계가 내건 종교편향 사례들이 대통령이 사과나 유감을 표명할 사안이 아니라고 보고 있지만 불교계의 입장은 완강하다.

범불교도대회 봉행위원장 원학 스님은 26일 "대통령이 불교도들이 겪고 있는 정신적 고통을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의 요구는 정부가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불교계는 정부가 성의있는 조치를 내놓지 않을 경우 추석 이후 영남권을 시작으로 지역별 범불교도대회를 열겠다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봉행위원회측은 조직을 상시 기구로 전환하고, 반 이명박 노선의 사회단체와 연대할 것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봉행위원회 사무처장 혜일 스님은 "승려대회를 비롯해 정부에 항의하는 방법은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면서 "일단 (정부 조치를) 지켜본 다음 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회 전 청와대측이 대회 명칭에서 '이명박 정부 규탄'을 빼주면 사과나 유감을 표명할 수 있다는 견해를 표명했고 불교계는 전 종단이 합의해 정한 명칭이라 변경할 수 없다고 했다는 양측의 潤?뼁育?알려지면서 타결 가능성이 없지는 않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불교계의 요구 가운데 어청수 경찰청장 파면이나 촛불시위 관련자 불구속 수사, 공직자의 종교차별 금지 법제화 등에서는 대화를 통해 이견을 좁힐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어 청장 파면에 대해서는 어 청장의 조계종 방문과 공식사과 같은 조치가 이루어질 경우 문제삼지 않을 수 있다는 기류가 조계종의 일부 중진 스님들 사이에 흐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불교계에 강ㆍ온 양측의 기류가 있는 만큼 결국 불심의 향배는 청와대의 반응에 달려 있는 것이다. 청와대측도 종교차별 문제가 더 장기화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어 추석 전에 어떤 형태로든 돌파구가 나타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김성환 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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