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최대 교파로 해방 이후 분열을 거듭해온 장로교 교단들이 분열을 접고 화합을 이룰 수 있을까.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합동, 합신,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등 장로교 4개 교단이 분열이후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여 연합예배를 갖기로 했다. 이 교단들은 내달 24일 제주컨벤션센터에서 제주선교 100주년 기념 교단연합예배를 갖기로 지난 22일 최종 확정했다.
1907년 7인의 목사가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목사 안수를 받으면서 출발한 장로교는 해방 후인 1952년 신사참배를 거부했던 고신파가 별도의 교단을 차린 것을 시작으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이어 사회참여를 둘러싼 성향의 차이로 기독교장로회(기장)와 예수교장로회(예장)로 분열됐고, 예장이 세계교회협의회(WCC) 가입을 둘러싼 갈등으로 통합과 합동으로 갈렸으며, 이후 합동이 무수하게 분열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번에 장로교의 대표적인 4개 교단의 연합예배가 성사된 것은 이 교단들이 제주선교 100주년을 맞아 모두 제주에서 연례 총회를 갖기로 했기 때문이다. 4개 교단들의 총회는 9월 22~26일에 제주에서 각각 열린다. 올해는 7인의 첫 한국인 장로교 목사 중 한 명인 이기풍(1865~1942) 목사가 제주에 선교사로 처음 파송된 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분열되기 이전 장로교가 제주에 진출한 것은 모든 장로교 교단들에게 뜻 깊은 일이기 때문에 장로교 교단들 일각에서 지난해부터 제주선교 100년을 계기로 "분열된 교단을 하나로 모으자"는 분위기가 형성됐으며 올해 초부터 연합예배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다 지난 주에 최종적으로 확정된 것이다.
그 동안 장로교 교단들 사이에 소규모로 강단교류(목회자가 다른 교단의 예배에서 설교하는 일)가 있기는 했지만 교단간 연합예배는 분열 이후 처음 있는 일이어서 개신교 교회사에 획을 긋는 사건이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예장 통합 홍보간사 김명윤 목사는 "이번 연합예배는 장로교 교단들이 과거의 역사를 돌아보고 같이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제주의 장로교 교회들은 이미 지난 4월에 초교파로 제주선교 100주년 기념 예배를 올렸으며 여러 가지 연합활동을 해왔다. 또 지난 주에는 장로교의 분열을 되짚어보고 통합 가능성을 모색해보는 신학토론회가 처음으로 열렸다.
예장 통합 역사위원회가 21, 22일 주최한 '한국 장로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위한 한국교회사포럼'에서는 각 장로교 교단을 대표하는 신학자들이 참석해 분열의 과정을 되짚어 보았다.
신학자들은 고신의 분열, 기장과 예장의 분열, 통합과 합동의 분열 등에서 교파주의의 부정적 측면과 긍정적인 영향, 분열의 배경 요인들을 고찰해 보면서 앞으로 장로교가 어떻게 연합과 일치를 이뤄갈 수 있을 지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참석자들은 각 교단별 입장 차이를 확인하면서도 부산 경남지역에서 고신, 통합, 합동 교단의 교회와 신학교가 활발하게 강단교류와 교단교류를 하고 있는 사례와 합동과 통합의 분열의 영향으로 갈려졌다가 30년 만에 하나로 다시 합친 경북 청도의 박곡교회 사례 등을 통해 연합과 일치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공유했다.
한편 내년은 통합과 합동이 분열된지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또 2012년은 장로교 총회가 처음으로 구성된 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이 때문에 장로교 형제 교단들이 서로 통합하는 기구적 일치는 어렵더라도 교류와 화합을 위한 노력들이 더 구체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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