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간첩 원정화 사건은 남북간 화해무드가 조성되기 이전의 간첩사건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이번 사건은 탈북자를 가장한 첫 간첩사건이다. 과거 남파 간첩들은 신분증을 위조해 남한 사람으로 행세하거나 일본ㆍ동남아 출신으로 국적을 세탁, 북한으로부터 공작금과 지령을 직접 받아 활동했다.
그러나 원정화는 탈북자로 위장해 자수한 뒤 합법적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했고, 대북 무역사업을 하며 중국ㆍ북한을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김경수 수원지검 2차장검사는 "지난 10년간 남북화해 무드가 본궤도에 올랐고 탈북자, 중국동포의 한국 유입이 급증한 것이 탈북자 위장 간첩이 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말했다.
탈북자라는 합법적 신분을 취득한 원정화는 대담하게도 군에서 안보강연을 하는 등 과거 간첩과 달리 반공개적으로 간첩활동을 수행했다. 합수부는 원정화가 탈북자 신분을 이용, 북한 정보에 밝은 것처럼 행동하며 군부대와 탈북자 단체 등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원정화는 또 대북무역을 통해 벌어들인 자금으로 공작금을 자체 조달하는 등 '경제 자립형 간첩'의 면모를 보여줬다. 그는 무역업체를 운영하며 2006년 2월 이후 중국내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조직과 수억원 규모의 상품을 거래했다.
또 정부에서 지원받은 정착자금과 회사자금 일부를 빼돌려 친동생이 북한 청진에서 운영하고 있는 외화상점에 투자하는 과감성도 보여줬다.
합수부 관계자는 "북한 내 반체제 세력 색출을 주 업무로 하는 북한 보위부의 활동영역이 탈북자 급증에 따라 중국, 한국으로 순차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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