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어제 외무성 성명을 통해 핵 불능화 조치를 중단하고 영변 핵 시설 원상복구도 고려하겠다고 밝히고 나섬으로써 북한 핵 문제 해결에 다시 먹구름이 끼었다.
정말 핵 불능화 전면 중단과 6자 회담 파국까지 겨냥한 것인지, 미국과의 ‘검증체제’ 협상을 돌파하기 위한 엄포용인지는 불분명하다. 협상용 카드라 해도 북미 검증 협상이 교착상태이며, 그에 따라 핵 불능화 조치의 지연과 6자 회담의 추진력 저하가 예고됐다는 점에서 우려는 줄지 않는다.
사실 지난 11일로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방침을 의회에 통보한 지 45일이 지나 최소기간 요건이 충족됐는데도, 미 행정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때부터 북한의 반발은 예상됐다.
최악의 예상이 북한이 ‘행동 대 행동’ 원칙 위반을 들고 나서는 것이었다. 비핵화 2단계 행동조치에 대해 미국은 완전하고 확실한 검증체제 구축이 테러지원국 해제의 전제라고 보는 반면 북한은 어떤 합의도 검증체제를 해제의 전제조건으로 삼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핵 불능화 중단 조치가 14일 효력이 발생했고, 이미 유관측들에 통지됐다는 북한 외무성 성명의 내용을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협상 특사의 베이징 방문, 22일 북미 뉴욕 접촉 등의 움직임과 함께 살피면 테러지원국 해제보다 미국의 ‘검증 이행계획안’이 거부감을 더 강하게 자극한 듯하다. “미국이 들고 나온 ‘국제적 기준’은 자주권을 침해하려다가 결과적으로 핵확산방지조약(NPT) 탈퇴를 초래한 특별사찰”이라는 성명 내용도 이를 확인케 한다. 검증에 대한 북한 특유의 거부감과 미국의 강한 집착이 정면 충돌한 결과라는 점에서 협상 교착상태의 장기화가 예고된 셈이기도 하다.
성명 발표 시점도 신경이 쓰인다. 베이징 올림픽이 폐막된 후, 6자 회담 5주년 바로 전 날,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이 서울을 떠나는 것과 거의 동시였다.
중국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태도에서 이번 선언에 적잖이 공들였음을 헤아릴 수 있다. 남북 관계의 경색으로 우리 정부가 중재 역할을 할 수 없고, 미국도 본격적 대선 국면에 접어들어 적극적 대응이 어렵다는 점에서 상황은 더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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