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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리먼브라더스 인수 시도… 월가 입성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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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리먼브라더스 인수 시도… 월가 입성 괜찮을까

입력
2008.08.28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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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街)로 입성할 수 있는 다시 없는 기회일까. 아니면 끝 모를 수렁으로 빠지고 있는 서브프라임의 꼬리를 잡는 격일까.

산업은행의 리만브라더스 인수시도를 계기로, 세계적 투자은행(IB) 인수를 둘러싼 득실 논란이 금융당국과 금융권을 중심으로 뜨거워지고 있다.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월가의 굴지 IB들이 헐값에 매물로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를 국내금융기관이 인수할 경우 ▦단번에 글로벌 금융회사로 도약할 수 있다는 '기회론'과 ▦자칫 깊은 부실의 수렁에 빠지고 말 것이란 '위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27일 금융계에 따르면 산은의 리먼브라더스 인수 협상은 현재 일차적으로 중단된 상태. 기본적인 자산실사까지 진행됐지만, 산은과 리만측의 가격차가 워낙 컸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 최고책임자인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민간 금융회사가 아닌 공공기관이 재무적 투자자가 아닌 인수 주체로 나서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면서 공개적으로 반대입장을 피력하면서 양측의 협상은 물건너간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협상사정에 정통한 한 금융계 고위인사는 "산은과 리먼 모두 미련을 버리지 않았으며 협상은 완전히 끝났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산은은 역시 "확실하게 끝났다"고 말하지 않고 있다. 특히 민유성 산업은행장이 리만브라더스 인수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사실 산은으로선 이런 기회가 아니면, 글로벌 IB의 문턱을 영영 넘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로선 반대론 혹은 신중론이 우세하다. 윤덕용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위원은 "산은의 경우 민영화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규모가 큰 글로벌 IB를 사들여 덩치를 키운다는 게 옳은 일인지 따져봐야 한다"면서 "만약 인수를 한다면 투자 대비 리스크, 예상 수익, 인수 후 효과 등을 꼼꼼히 고려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모두 설득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반대론자들은 특히 지금 같은 신용위험이 크고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글로벌 IB들의 자산 중 어떤 것이 우량인지, 어떤 것이 부실인지 잘 구별이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 국책금융기관의 고위인사는 "서브프라임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지금처럼 신용위험이 계속 커지면 정상적 주택담보대출인 알트에이나 프라임모기지도 어느 순간 서브프라임 등급이 될 수 있다"면서 "산은이 리먼브라더스의 최대 주주가 됐다가 자칫 부실이 더 커지거나 숨은 부실이 드러나면 완전히 물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완전 인수만 아니라면, 지분투자 정도는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외환위기 때와 정 반대로 글로벌 IB가 금융위기를 겪고 있고 우리나라 금융회사는 연간 조 단위 이익을 내 '실탄'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는 분명 기회일 수 있다"며 "다만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은 좋은 IB를 고르는 경험과 노하우가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리만브라더스 같은 거대 IB 대신 보다 작은 규모의 해외 금융회사를 노리거나 완전인수 대신 일부 지분투자 등을 통해 경험을 쌓는 것이 먼저일 것"이라고 말했다.

차라리 한국투자공사(KIC)의 메릴린치 투자는 당장엔 손실을 겪고 있지만, 경험과 학습차원에서 나을 수도 있다는 평가도 있다. KIEP 윤 연구위원은 "투자를 하다 보면 잃을 수도 벌 수도 있는데 그 결과를 놓고 잘못했다, 잘했다를 논하는 건 무리"라면서 "인수가 아닌 지분투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서브프라임사태가 지속되고 미국의 신용위기가 깊어질수록, 리만브라더스 외에도 매각 또는 지분투자자를 찾는 월가의 IB들은 더 늘어날 전망. 내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계기로 산은 외에도 많은 국내 금융기관들이 월가 진출에 관심을 갖고 있어,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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