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두산그룹이 학교법인을 인수한 중앙대가 교수 직선으로 뽑던 총장을 임명제로 바꾸기로 전격 결정했다. 이는 직선제 총장 폐지 논의가 국립대와 일부 사립대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첫 '임명제 전환 결정'이어서 주목된다. 그러나 학내 일부에서는 "대학 자율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박용성(두산중공업 회장) 중앙대 이사장은 27일 강원 평창군 용평리조트에서 열린 전체교수회의에서 "무엇보다 추진력이 있는 총장이 있어야 중앙대 발전이 가능하다"고 전제한 뒤 "이를 위해 직선제 대신 법인이 직접 총장을 임명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교수들이 투표로 뽑아 법인측에 임명을 요청하는 직선제를 없애고 법인이 총장을 곧바로 임명하겠다는 뜻이다.
박 이사장의 이런 계획이 현실화 할 경우 중앙대는 내년 2월 임기가 만료되는 박범훈 현 총장 후임부터 법인이 총장을 임명하는 간선제로 바뀌게 된다.
박 이사장의 계획이 알려지자 중앙대 내부에서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경영학과의 한 교수는 "대학사회의 정치집단화 등 직선제 폐단을 없애기 위한 당연한 조치"라고 환영한 반면 국문과의 한 교수는 "법인에서 총장을 임명하면 대표성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총장이 독단적으로 학교를 운영할 가능성이 높다"고 반대했다.
총장 직선제는 1980년대 후반 민주화 바람을 타고 각 대학으로 급격히 확산됐다. 전국 200여곳의 4년제 대학 중 교직원 직선으로 총장을 뽑는 대학이 60곳이 넘는다. 하지만 상당수 대학에서 선거가 과열 양상을 빚으면서 학내 파벌 조성 등 부작용이 나타났고, 이 때문에 일부 대학은 직선제 폐지 논의를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중앙대의 직선제 폐지 결정이 다른 대학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관측이 우세하다. 박 이사장 계획대로 법인에서 총장 임명이 이뤄질 경우 '눈치'를 보던 다른 대학들도 뒤따를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지방의 C대학 관계자는 "반대파에 밀려 주춤하고 있는 총장 직선제 폐지 논의가 더욱 탄력을 받게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중앙대는 현행 교수 호봉제를 교수 개개인의 성과에 바탕을 둔 연봉제로 바꾸기로 했다. 박 이사장은 "열심히 가르치고 연구하는 교수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우수 교수 내부 육성프로그램과 상시적인 외부 채용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대는 박 이사장의 구상을 토대로 다음달 말까지 혁신안을 마련, 학내 의견을 수렴한 뒤에 곧바로 시행할 계획이다.
장재용 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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