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직선 임기를 시작하는 공정택 서울시교육감과 전국교직원노조 서울지부가 '단체협약안'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시교육청은 2004년 5월 체결된 단협안에 독소 조항이 많다고 판단, 이번 기회에 어떤 식으로든 뜯어 고치겠다는 태세다. 반면 전교조 측은 '수용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자칫 양측간 전면전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공 교육감은 25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현재의 단협안에는 있어서는 안될 내용들이 상당히 많이 포함돼 있다"며 "학생ㆍ학부모들을 위한 수요자 중심 교육이 이뤄지려면 이런 부분을 빨리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학습지도안 작성 폐지 ▲방학ㆍ휴일 중 근무교사 배치 금지 ▲교사 출ㆍ퇴근 기록부 사용 금지 등이 공 교육감이 규정한 '있어서는 안될 조항'들이다.
이런 조항들이 교원노조법의 단체협약 대상인 '임금 및 복지후생 등 근로조건 향상'과 전혀 무관한데도 버젓이 유지되고 있어 학생 학습권과 학부모 교육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문제가 된 단협안은 2004년 유인종 전 서울시교육감 재임 당시 시교육청과 전교조 서울지부가 맺었다. 특히 협약 내용 가운데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비공개'등의 조항도 포함돼 있어'학력 신장'을 최우선 교육정책으로 내세운 공 교육감으로선 수정이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교육청은 전교조가 계속 대화를 거부할 경우 협약 해지 통보를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공 교육감은 "전교조 집행부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 들여 충분히 설득은 하되, 10월 이후에도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더 이상 지체하지 않겠다"고 밝혀 해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전교조가 교섭에 응하지 않는 바람에 2년마다 갱신해야 하는 단협이 4년째 표류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의회도 3월 단협안에 위헌요소가 많다며 "재협상을 하라"고 의결한 바 있어 공 교육감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단협 당사자 중 한쪽이 협약 해지를 통보한 이후 6개월이 지나면 협약의 효력은 사라진다.
전교조측은 공 교육감의 입장이 알려지자 "이중 플레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현인철 대변인은 "지난달 직선 교육감 선거 당선 직후 '전교조 등 반대세력과도 열린 자세로 대화하겠다'는 포용 정신은 어디로 갔느냐"며 "민주적인 절차와 합의를 통해 만들어진 단협안에 대해 해지를 운운하는 것은 전교조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전교조는 단협 갱신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도 부각시켰다. 교원노조법 6조 3항에는 '2인 이상의 노조가 설립되어 있는 경우 노조는 교섭창구를 단일화해 단체교섭을 요구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전교조 서울지부 관계자는 "2006년 반 전교조를 표방한 자유교원노조의 등장으로 공동 교섭창구 구성이 어려워졌다는 점을 시교육청이 뻔히 알고 있는데도, 일방적인 주장만 늘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교원노조가 전교조, 한국교원노조, 자유교원노조 등으로 나뉘어 있는 상황에서 공동 교섭단 자체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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