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샤오핑(鄧小平) 동지가 중국이 올림픽을 개최해 가장 많은 51개의 금메달을 딴 것을 봤으면 기뻐하셨을 텐데…"
베이징 올림픽의 흥분이 채 가라앉지 않은 25일. 중국의 인터넷 뉴스 포털 동팡왕(東方網)에 실린 논평들에는 개혁 개방의 설계자 덩샤오핑의 꿈을 30년 만에 실현한 중국인들의 자부심이 강하게 묻어났다.
이런 자부심이 무리도 아니다. 준비기간 내내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베이징 올림픽은 기대 이상으로 잘 치러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인권 문제와 관련한 개막식 보이콧도, 올림픽 경기에 대한 테러도 없었다. 스모그로 엉망이었던 베이징의 하늘은 어느 때보다 푸르렀다. 마이클 펠프스, 우세인 볼트 등 불세출의 스타들은 올림픽에서 보석처럼 빛을 발했다.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 법한 성적표이다.
그래서 홍콩에서 발행되는'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이번 올림픽의 최대 성과는 중국이 세계의 주도 국가의 하나로 자신감을 갖고 미래를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요약했다. 아편전쟁 후 1세기 동안 서양에 침탈 당한 기억으로 가슴 한편에 열패감을 묻고 있는 중국인들이 열린 마음으로 세계 속으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해준 주었다는 평가이다.
지금 중국 사회는 중화주의의 새로운 비상을 바라고 보고 있다. 새 중화주의 전조는 여러 차례 있어 왔다. 지난해 말에는 한족 왕조 중 가장 흥성했던 한(漢)과 당(唐)의 영광을 재연하자는 역사 재조명의 목소리로, 4월에는 올림픽 성화 봉송을 계기로 불었던 유럽과 미국의 반중시위 물결에 대항하는 애국주의의 물결로, 5월 쓰촨(四川) 대지진 당시에는 국민대단결로 중화주의가 표출했다.
올림픽에서는 '중궈짜유'(中國加油 ㆍ중국 파이팅)를 목청껏 외치면서 눈물을 흘리는 경기장 안팎의 관중들의 모습에는 '세계의 중심'중국에 대한 강한 자긍심이 담겨 있었다.
외부 세계가 이런 경향을 새로운 중화주의라고 뭉뚱그려 부르고 있지만 그 표현이 적절한지는 좀 더 시간이 흘러야 증명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시점에서 분명한 것은 중국인들의 조국에 대한 자부심은 올림픽을 계기로 한층 강해져 올림픽 후 국내 정치는 물론 외교 등 국제정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이다. 최근 중국의 반한 기류 조짐도 이런 맥락에서 우려된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을 통해 소수민족 문제 등 중국 체제의 치명적 약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3월 티베트 사태, 올림픽 직전의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의 연쇄 폭탄 테러 등을 통해 소수민족 문제가 중국의 통합을 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중국 정부는 인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베이징의 대기 오염 논란을 통해 양적인 성장의 공허함도 체득했다. 중국 당국이 시위 전용구역을 설치해 놓고도 일절 시위를 허용하지 않는 경직된 사회통제도 외신들의 도마 위에 올랐다.
성취만큼이나 많은 과제를 안겨준 때문인지 중국 언론들은 "이번 올림픽은 또 다른 꿈을 이뤄야 하는 계기에 불과하다"고 표현했다.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21세기 중국이 이루고자 하는 여러 성취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다. 중국 지도자들은 신중국 성립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국가적 총력을 쏟는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제 중국은 이번 올림픽을 자양분으로 삼아 중화주의의 미래를 어떻게 피워낼지에 대한 선택을 앞에 두고 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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