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에게 포기당 3,523원에 팔리는 가을 배추. 하지만 농가가 직접 손에 쥐는 돈은 고작 1,080원이다. 소비자 가격의 30%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유통ㆍ판매업자들의 몫. 운송비 인건비 등 비용을 제하고 이들이 순수하게 챙기는 이윤만도 1,142원으로 농가에 돌아가는 돈보다 많았다. 배보다 배꼽이 훨씬 더 큰 셈이다. 소비자는 “고물가 때문에 못 살겠다”고 아우성이고, 농가는 “생산비도 못 건진다”며 비명을 지르는 이유다.
25일 농수산물유통공사가 발표한 ‘2007년 주요 농산물 유통실태 조사결과 종합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42개 대표 농축산물의 다양한 유통경로를 추적해 가격 형성 과정을 분석한 결과 평균적으로 농가에 돌아가는 돈은 소비자 가격의 44.1%에 불과했다.
소비자가 100원짜리 농축산물을 샀다면 농가에 돌아가는 돈은 44원 뿐이라는 얘기다. 나머지 절반 이상(55.9%)은 유통과 판매업자들이 가져갔다. 특히 운송비 포장비, 인건비, 임대료 등 비용을 제하고도 소비자 가격의 20.5%가 유통ㆍ판매업자들의 마진이었다. 농가에서 흘린 땀의 대가로 유통업체들의 배만 불리고, 이것이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쌀이나 쇠고기는 그래도 비교적 농가의 몫이 많은 편이었다. 소비자 판매가가 4만3,327원인 쌀 한 포대(20㎏)를 팔아서 농가에 돌아가는 돈은 3만4,118원으로 78.8%에 달했고, 쇠고기는 축산농가의 몫이 62.6%였다.
하지만 유통비가 절반을 넘는 농축산물이 상당수였다. 42개 품목 중 유통비 비중이 가장 높은 것은 대파였다. 한 단에 1,284원인 대파를 팔아서 농가가 받는 돈은 237원으로, 18.5%에 불과했다. 반면 유통업체들은 나머지 1,047원(81.5%) 중에서 비용을 빼고도 무려 496원(38.6%)의 마진을 챙겼다.
이 외에도 당근(75.1%) 가을무(73.3%) 양파(72.2%) 봄감자(72.2%) 고랭지무(71.2%) 저장양파(70.9%) 저장마늘(70.8%) 가을배추(70.0%) 등은 유통비가 70%를 넘었다. 공사 관계자는 “대체로 부피가 크고 무거운 품목, 저장하기 힘든 품목의 유통비 비중이 높았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산지에서 도매시장을 거쳐 일반 소매상에 풀리는 경우에 비해 산지에서 유통업체에 직접 공급하는 경우 유통비 비중이 11.5%포인트나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소비자 역시 7.7% 싸게 살 수 있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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