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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쇼는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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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쇼는 계속돼야 한다

입력
2008.08.27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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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간 지구촌을 감동과 환희로 몰아 넣었던 2008 베이징올림픽이 4년 뒤 2012 런던올림픽에서 만날 것을 기약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각본 없는 드라마를 연출하기 위해 1,460일간 땀 흘렸던 태극전사들은 금메달 13개(은 10개, 동 8개), 종합 7위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며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했다.

한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17일간 베이징의 기억 만큼이나 전 세계 각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은 조국의 명예를 위하여 땀 흘린 결과 수 많은 감동 스토리를 쏟아냈다. 태극 전사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울보' 최민호(유도)의 5연속 한판 드라마나 박태환(수영)의 기적 같은 금메달, 오심 논란 끝에 금메달 보다 값진 동메달을 따내며 감동 드라마를 다시 썼던 '우생순'의 여자핸드볼, 피날레를 장식한 야구 금메달까지…. 정말로 우리 국민들은 17일간 태극전사, 그대들이 있었기에 행복했다.

사격 진종오의 은메달에서 야구의 금메달까지 31개의 메달 모두 모두가 가치의 경중을 따질 수 없을 만큼 소중했지만 기자에게 가장 가슴 뭉클했던 순간은 헝가리와의 3ㆍ4위전에서 여자 핸드볼이 연출한 마지막 1분이었다. 이번에 방송 해설을 맡았던 '우생순'의 맏언니 임오경씨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코트에서 뛸 때였다고 말했듯 여자핸드볼은 종료직전 다시 한번 감동 드라마를 써내려 갔다.

임영철 여자 대표팀 감독은 5점차로 앞서고 있던 1분 여전 갑자기 작전 타임을 부른 뒤 벤치를 지키고 있던 서른을 훌쩍 넘긴 고참들의 이름을 불러 내려가기 시작했다. "(오)영란이, (오)성옥이… 너희들(후배들)이 이해해야 돼, 마지막 선물이야." 후배들 아무도 토를 달고 나서는 이가 없었다. 이번 올림픽이 생애 마지막 무대가 될지도 모르는 선배들에게 승리의 기쁨을 코트에서 누리라는 임 감독의 배려였기 때문이다. 결국 오영란을 비롯한 노장들은 생애 가장 소중한 1분을 만끽했고, 종료 버저 후 감독과 후배들을 얼싸안고 후회 없이 울었다.

승리의 순간 선배에 대한 배려는 프로농구에도 있었다. 2003년 4월14일 2002~03시즌 챔피언결정전 6차전 원주TG와 대구동양과의 경기였다. TG의 우승이 확정되기 종료 1.3초전 전창진 감독이 타임을 불렀다. 이어 5차전서 갈비뼈를 다쳐 벤치를 지키던 38세의 노장 허 재 플레잉코치를 코트로 내보냈다. 결국 허재는 우승순간을 코트에서 맞이할 수 있었다.

어제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우리를 살맛 나게 했던 영광의 주인공들이 금의환향했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금메달리스트들에게 집중됐다. 하지만 부상을 딛고, 열악한 저변을 딛고 이뤄낸 은메달과 동메달도 금메달 못지 않게 소중하다. 더 중요한 것은 비록 성적을 내지는 못했지만 리듬체조의 신수지, 카누의 이순자, 여자 기계체조의 조현주, 승마의 최준상 등 나 홀로 출전해 고군분투한 태극전사들에게도 애정어린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끝날 것 같지 않았던 쇼는 막을 내렸다. 오랫동안 공들여 준비했던 쇼가 끝나면 흥행여부를 떠나 허탈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제 한국 스포츠는 다시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의 감동 드라마를 연출하기 위한 출발선에 섰다. 태극전사들과 감동과 눈물을 함께 나누었던 4,800만 국민들은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태극전사들은 4년 뒤를 준비해야 하고, 그들이 연출하는 감동의 쇼는 계속돼야 한다. 물론 코리아신화도 계속돼야 한다.

여동은 스포츠팀장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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