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청사 처리방안을 두고 서울시와 문화재청이 엇박자를 내는 사이 국가 사적으로 가지정 된 문화재가 크게 훼손됐다.
서울시는 26일 시청사 철거 후 복원 방침에 따라 오전 11시30분께 중장비를 동원, 시청사 태평홀 철거에 나서 오후 7시까지 작업을 진행했다. 서울시청사 부속 건물인 태평홀은 90%가량이 철거돼 하부 구조물만 일부 남아 있어 원상회복은 불가능한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80여년이 지난 태평홀은 내구성에서 E등급 판정을 받는 등 안전에 우려가 있어 철거 후 복원 외에 대안이 없다"면서 "이미 철거를 공표했는데 문화재청의 별다른 대응이 없어 예정대로 작업에 나섰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는 24일 시청 본관의 중앙홀, 돔, 시장 집무실은 현상태로 보존하고, 파사드와 태평홀에 대해서는 철거 후 복원에 나선다고 밝혔었다.
그러자 문화재위원회는 이날 오후 4시께 긴급 문화재위원회를 소집, 서울시청사 전체를 사적으로 가지정하고 철거 파괴된 부분을 조속히 복원하라고 의결했다.
문화재위원회는 근대문화유산분과와 사적분과 긴급 합동회의를 가진 후 "서울시청사의 역사성, 상징적ㆍ건축적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국가지정 문화재인 사적으로 지정해 보존함이 마땅하다"면서 "철거가 진행 중인 긴급 상황임을 감안, 사적으로 가지정 하고 즉각적인 공사중지 명령과 함께 파괴된 문화재에 대한 조속한 복원조치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문화재위원회는 또 "문화재위원회의 권고를 무시하고, 서울시청사사 철거에 나선 서울시의 반문화적이고 야만적인 처사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철거가 예고됐는데도 문화재청이 뒤늦게 사적 가지정에 나서는 등 늑장 대응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서울시는 이날 사적 가지정 결정 직후 브리핑을 열고 "서울시는 더 이상 문화재위원회의 일방적 결정을 따를 수 없다"면서 "문화재위원회의 가지정 결정을 수용할 수 없으며 법적 대응을 포함해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E등급 구조물은 법적으로 무조건 철거하게 돼 있지만 문화재청의 요구에 따라 복원키로 결정했다"면서 "문화재청은 그러나 뒤늦게 사적으로 가지정 하는 등 현실을 무시한 채 보존 주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관계자는 또 "태평홀의 역사적 가치가 뛰어났다면 왜 사전에 사적 지정을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면서 "서울시는 여러 경로로 철거가 임박했음을 밝혀 기습철거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의 늑장대응과 서울시의 기습철거를 둘러싸고 향후 치열한 법적 책임공방도 예상된다.
한편 문화재위원회는 원형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로 청사 보존을 권고해 왔으나, 서울시는 2011년 본관과 태평홀을 철거복원 또는 리모델링 해 문화공간으로 개방하겠다며 대립해 왔다.
남경욱 기자 이태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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