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일 넘게 펼쳐진 '2008 베이징 올림픽'이 24일 막을 내리면서 우리 선수단이 보내오는 낭보에 힘을 냈던 시민들이 허탈감과 공허함에 빠졌다.
특히 일하는 틈틈이 TV나 라디오 중계를 보고 들으며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경기 장면에 열광하던 일부 시민들은 "일손이 전혀 잡히지 않는다"고 말하는 등 곳곳에서 '올림픽 금단' 현상을 호소하고 있다.
회사원 김모(37)씨는 25일 아침 출근하자마자 무심코 휴대폰 DMB를 켜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랐다. 그는 "집에서는 TV로, 밖에 나오면 DMB로 올림픽 소식을 챙겨보던 생활이 습관으로 굳어진 것 같다"면서 "밤새 올림픽 재방송을 보고 또 보며 기뻐했고 다음날에도 동료들과 올림픽 뉴스로 이야기 꽃을 피웠는데 이젠 무슨 낙으로 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올림픽 찬가에 취해 잠시나마 잊고 지냈던, 높은 물가와 추락하는 주가 등 불안한 현실이 다시 어깨를 짓누르면서 괴로움이 그만큼 크다는 반응도 많았다.
서울 영등포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김모(56)씨는 "재래시장 경기가 안 좋아 신경이 곤두섰다가도, 올림픽을 보면서 박수치고 응원하면 기운이 났다"며 "어제 밤 폐막식을 보면서 이젠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밀려오는 스트레스로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아쉬움이 큰 때문인지 올림픽 기간을 한 달로 늘려야 한다는 실현 가능성이 없는 주장을 펴는 이들도 있다. 김모(45ㆍ회사원)씨는 "월드컵은 축구 한 종목만으로 한 달간 축제의 장을 만드는 데 올림픽은 왜 종목도 많으면서 2주만에 끝나는지 아쉽다"며 "서민 고통을 달래주는 차원에서라도 올림픽 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희망했다.
하지만 대부분 시민은 못내 아쉬워 하면서도 평범한 일상을 되찾으려는 모습이다. 이날 아침 일찍부터 학교 도서관을 찾은 대학원생 이모(25ㆍ여)씨는 "흐트러진 마음을 가다듬고 차분히 개강 준비를 하면서 학업에 더욱 매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연구원으로 일하는 정모(35)씨는 "내년 사업계획 마련 등으로 바빠지겠지만, 최고의 성적을 낸 대한민국 야구를 성원하기 위해 퇴근 후에는 종종 프로야구 관람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희쾌유한의원 임광환 한의사는 "깨진 생활 리듬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낮잠을 자지 말고 가벼운 운동과 휴식을 취하며 자신만의 취미를 갖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박관규 기자 qoo7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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