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ㆍ지승호 지음/알마 발행ㆍ392쪽ㆍ1만2,000원
공지영을 알고 싶어 그녀의 예전 인터뷰들을 일일이 들춰보는 수고는 이제 필요 없을 듯하다. 전문 인터뷰어로 활동하며 다수의 저서를 낸 지승호(42)씨가 공씨를 만나 장장 400쪽에 이르는 인터뷰집을 펴냈다. 인터뷰 시점도 공씨의 최신작인 산문집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출간 이후인 5~7월이라 그 내용에 낡음이 없다. 질문자와 답변자가 동년배에 가깝다는 점도 인터뷰를 농밀하게 한다. 네가>
공씨가 '물량의 힘'이라고 표현했듯 지씨는 공씨의 작품과 인터뷰 내용, 그녀와 그녀 작품에 관한 논평을 성실히 섭렵한 바탕 위에서 기존 인터뷰어들보다 한발 앞선 질문을 던졌다. 하루 7~8시간, 여섯 차례에 걸쳐 그녀를 만나 과거와 현재, 사랑과 결혼, 살인과 사형(死刑), 종교, 문학 등 폭넓은 주제에 체계적 질문으로 다가갔다.
공씨는 변함없이 솔직한 인터뷰이다. 가끔 "여기서 그런 얘기해야 하나"라는 추임새를 넣을지언정 그녀의 답변은 독자에게 한 치의 미진함도 남기지 않는다. 그 일관된 솔직함 때문에 어떤 독자는 지씨의 노고에 비해 공씨에 관한 새로운 사실이 별로 없다고 여길지 모르고, 얼마간 그렇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 책은 '공지영 인터뷰'의 결정판으로 손색이 없다. 두툼한 분량 때문이다. 인터뷰 내용이 시간ㆍ지면 제약, 수요자 관심 충족 등을 이유로 선정적으로 편집되곤 했던 문제가 이 책엔 없다. 지씨는 공씨의 중복된 답변까지 그대로 싣는 일(두 군데 있다)까지 감수하며 인터뷰 전모를 전하고자 한다. 몰입과 산만을 오가는 현장 분위기까지 묻어나올 정도다.
덕분에 독자는 공지영이라는 '풍경'이 아니라 공지영의 '뼈대'를 보게 된다. 90년대 이래 한국 최고 베스트셀러 작가, 세 번의 이혼과 성(姓)이 다른 세 자녀, 줏대 있는 성격과 거침없는 말솜씨 등이 만들어낸 이미지가 걷히고, 그녀의 원형적 경험과 일관된 입장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하여 우리 시대가 그녀에게 보내는 열광이 어디서 비롯되는지 짐작케 된다.
공씨는 근본적으로 감성보단 이성에 끌리는 사람이다. 어떤 질문에도 명료한 그녀의 답변을 살펴보면 그것이 즉흥적 감정 아닌, 자기 경험과 합리적 논리에 기반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녀가 '튀어' 보이는 것은 이성적 판단과 현실 논리 사이에서 늘 전자의 손을 들어주기 때문이란 점도. 더불어 철저한 개인주의자다. "솔직히 말해서 전 죽어서 천국이나 하느님이 안 계셔도 상관없어요. 거꾸로 (신앙이) 지금 내 인생에 미친 영향에 대해 너무 감사해요."(156쪽) 신앙인일 때조차 세상의 중심은 신이 아닌 그녀다.
"내 문학은 포르노와 혁명 사이 어딘가에 있을 것"(367쪽)이라는 작가, "사랑의 궁극은 분명히 희생이지만, 그것은 강한 사람이 약한 사람한테 해야 하는 것"(99쪽)이라고 말하는 여자. 그녀의 진면목을 다면경처럼 비추는 책이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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