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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2008/ 여자 핸드볼, 우리 생애 최고의 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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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2008/ 여자 핸드볼, 우리 생애 최고의 1분

입력
2008.08.24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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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도 국민도 울었다. '우생순'의 도전이 가슴 벅찬 눈물 속에 막을 내렸다.

33-28로 앞서있던 상황. 경기 종료까지 채 1분도 남지 않아 승리가 확정적인 순간이었지만 임영철 감독이 느닷없이 작전타임을 요청했다.

선수들을 벤치로 불러 모은 임 감독은 "(오)영란이, (허)순영이, (오)성옥이, (박)정희, (홍)정호, 그리고 (문)필희랑 (안)정화도 들어가라." 그렇게 임 감독은 '베스트 7'의 이름을 천천히 불렀다.

헝가리와의 베이징올림픽 여자핸드볼 3~4위전이 열린 23일 내셔널인도어스타디움. 임영철 여자핸드볼 대표팀 감독은 그렇게 '베스트 7'에게 마지막 순간을 맡겼다. 이 중 문필희(26)와 안정화(27)를 제외한 5명은 모두 30대 중반. 마지막 올림픽 무대가 될 마지막 1분 동안 그들은 코트 위를 마음껏 누볐다.

탈진 상태였던 오성옥(36)도, 쉬고 있던 오영란(36)도, 그리고 홍정호(34)와 허순영(33) 박정희(33)도. 생애 마지막 올림픽을 그렇게 마감한 30대 노장들의 눈에서는 종료 버저가 울리는 순간 하염없는 눈물이 흘러 내렸다. 한국 여자핸드볼 대표팀의 '큰언니'들은 그렇게 올림픽과의 이별을 고하며 후배들에게 값진 선물을 선사했다.

덴마크와 2차 연장까지 가며 최고의 명승부를 펼쳤던 4년 전 아테네올림픽 결승. 일방적인 편파판정으로 어이없이 올림픽 직행 티켓을 놓쳐야만 했던 지난해 아시아 지역예선. 일본과의 단판 승부로 올림픽행을 겨뤘던 올 초 재경기. 그리고 백지 상태에서 다시 시작했던 지난 3월 세계 최종예선.

참으로 길고도 고된 지난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우생순'을 재현하고자 했던 그들의 도전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해외 각국에서 뛰고 있었던 대표 선수들은 시즌 중간에도 카자흐스탄 일본 프랑스를 오가며 베이징행 티켓을 손에 넣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 그리고 올림픽 본선행을 확정 짓고 나서는 눈물과 땀이 뒤섞인 지옥과도 같은 훈련 스케줄을 견뎌냈다.

오영란은 경기장을 나서며 통곡했다. "서희야 사랑해. 엄마가 더 좋은 선물을 해주고 싶었는데 (동메달도) 값지게 딴 것이니까 받아줬으면 좋겠다. 내 딸 서희야 사랑해"라며 흐느끼는 오영란의 눈에서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오성옥은 꿋꿋하게 싸워준 후배들이 더없이 자랑스러웠다. 오성옥은 "오히려 후배들이 큰 선물을 준 것 같다. 동메달이지만 금메달 못지 않다. 후배들에게 큰 절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기 직후 아무 말도 못한 채 임영철 감독과 꽉 끌어안고 기쁨의 포옹을 나눈 홍정호는 "끝나고 나니까 모든 게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감독님 얼굴을 보니 눈물이 쏟아졌다"고 했다.

그리고 이들은 한 목소리로 "후배들을 믿는다. 후배들이 한국 핸드볼을 이끌어나가 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그렇게 올림픽 무대와, 그리고 태극마크와 이별을 고한 노장들은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맘껏 즐기고 있었다.

베이징=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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