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 로즈 지음ㆍ허태균 옮김/21세기 북스 발행ㆍ312쪽ㆍ1만3,800원
동메달을 딴 선수는 웃으며 승자를 축하하는데, 은메달을 딴 선수는 침통하다. '내가 금메달을 받을 수도 있었는데…'라는 생각이 충분한 개연성으로 바뀌어 그(또는 그녀)의 마음을 짓누르는 것이다. 올림픽 시상대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연출되는 장면이다. 바로 '사후 가정 사고'(事後 假定 思考)'라는 심리학적 원칙 때문이다.
사후 가정 사고란 이미 일어난 사실과는 다른 '~할 수도 있었는데' 하는 인지적 사고로 일어난 사실과는 다른 가능성에 대한 상상이다. 후회와 비슷하지만 후회는 '더 나은 미래'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사후가정사고는 '다른 가능성'에 대한 상상이라는 점에서 다소 다르다.
이 구분법의 효용성은 미묘한 연애 감정을 체크할 때 선명히 드러난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남자들은 비행동(연애 혹은 섹스 안 한 것)에 대한 후회가 많은 반면, 여자들은 행동과 비행동에 대한 후회의 비율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책은 사후 가정 사고와 후회가 부정적인 감정에 머무르지 않고, 삶에 대한 통제감을 높여 주는 역할까지 하는 밝은 면에 주목해야 함을 주장한다.
"후회는 좋은 것이다. 아낌없이 후회하고, 잘 활용하라." 후회는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어주고 어떤 역경에도 불구하고 더 오래,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자신감을 준다는 데 주목해야 하기 때문이다. 책은 판매원들이 이 같은 심리학적 원리를 이용해 구매 욕구를 부추기는 사례를 보여주며 실제 생활에서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성공으로 가는 후회의 기술'이라며 삶의 실천 지침도 제시한다. 후회의 효능을 적극 인정하자는 것이다. 후회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지금껏 당연시해 왔던 것들을 재평가하게 한다. 그러므로 후회를 즐겨라.
'상황이 더 나빠질 수도 있었다'는 하향적 사후 가정 사고, '실패에 대해 지나치게 많이 생각하지 말라'는 실천 지침, 블로그 등을 이용해 자신의 후회를 글로 옮기는 '자기자각'의 방법 등 실천 지침들이 따른다. 책의 제안은 최근 두뇌 과학과 심리학의 연구 결과와 함께 제시된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에서 저자의 지도로 박사 학위를 받은 첫 제자인 허태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가 번역을 맡았다.
장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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