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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진 프로의 生生 토크] 순수한 영혼, 김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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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진 프로의 生生 토크] 순수한 영혼, 김효정

입력
2008.08.24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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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책을 좋아한다. 집에 놀러가 보면 이 곳 저 곳에 항상 책이 있다. 얼마 전 같이 저녁 식사를 하고 어디로 갈까 하다 서점에 들렸다. 한참 동안 책꽂이 사이를 헤매다 한쪽 구석에 딱 한 권 남아 있는 자그마한 시집을 간신히 찾아내 계산을 하고는 이렇게 말했다.

"너 주려고 찾은 거야. 전에 내가 읽었던 건데, 난 내가 읽어서 좋았던 책은 빌려주지 않고 새로 사서 선물해. 왜냐면 나중에 내가 읽었던 책들로만 서재를 만드는 게 꿈이거든." 멋진 아이디어 같다.

서재를 멋있게 만들기 위해선 죽도록 열심히 책을 읽어야 할 테니까. 나중에 효정이 언니의 서재에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10년 후에 가봤더니 설마 겨우 열 권 정도 있는 건 아니겠지? .

프로 기사로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방송인으로도 성공한 언니를 사람들은 많이 부러워한다. 그러나 정작 본인에게는 오랫동안 방황의 기간이 있었다. 언니는 아직도 방송을 너무 일찍 했던 게 후회로 남는단다.

입단 초에 다른 곳에 눈 돌리지 않고 바둑 공부만 열심히 했더라면 지금쯤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토너먼트 프로에 대한 그리움은 여전히 가끔씩 언니의 마음을 허전하게 한다. 물론 누구나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 하나씩은 가슴 속에 담고 살아간다.

정말 요즘 CF에서 유행하는 '되고송'처럼 뭐든지 되면 얼마나 좋을까. "방송하고 싶음, 방송하면 되고. 책 읽고 싶으면, 책 읽으면 되고. 그러다 다시 바둑하고 싶어지면, 열심히 바둑공부 하면 되고. 모~두 생각대로 하면 되고." 그렇다! 생각대로 나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다는 건 분명 최고의 축복이다.

언닌 술을 좋아한다. 술자리에서 사람들과 친해지고 속 얘기 하는 걸 즐긴다. 왕십리에서 혼자 자취를 하는데 가끔 남자 후배들이 무더기로 쳐들어와서 술판을 벌인다. 나도 한 번 가서 대작을 하다가 정신을 잃어 다음날 깨어났다. ㅋㅋ. 그 이후 우린 많이 친해졌다.

술 좋아하는 사람치고 사람 안 좋아하는 사람 없듯 언닌 사람을 무척 좋아한다. 실제로 발도 넓고 인맥도 다양하다. 운동도 잘 한다. 테니스도 수준급이고 요즘은 등산에 한창 열중이다. 또 여행과 사진을 좋아하고 기타 연주와 노래 실력도 수준급이다. 집안 가득 책만큼 많이 널린 게 사진이고 친구들의 결혼식엔 으레 축가 담당이다.

술과 사람, 스포츠를 좋아하니 당연히(?) 주위에 친구들도 여자보다는 남자가 많다. 여자애들의 예민한 감정이 오히려 너무 어렵다는 언니, 같이 뛰놀(?) 수 있는 남자 친구들이 더 편하단다. (어쨌든 난 남자 친구가 많은 효정이 언니랑 더 친하게 지내야겠다. ㅋㅋ.)

언닐 보면서 항상 드는 생각은 "참 순수하다. 언제나 자유를 갈망한다."는 것. 하지만 자유를 갈망하는 순수한 영혼이 현실에 묶여 느끼는 어쩔 수 없는 외로움일까. 가끔씩 효정이 언니의 큰 눈이 무척 슬퍼 보일 때가 있다. 앞으로는 슬픈 눈보다 씩씩한 모습을 더 많이 볼 수 있길 바란다.

10개월전쯤 윤영민 2단 결혼식 때 효정이 언니가 부케를 받았다. 그리고 보니 벌써 우리 나이로 스물 여덟. 꽉 찬 나이다. 빨리 좋은 사람 만나기를…. 그리고 지금의 맑고 순수한 눈매와 목소리처럼 앞으로 시간이 흘러도 때묻지 않고 항상 지금처럼 '꿈을 꾸며 살아 가는' 효정이 언니가 되길 기도한다. 젊은 날, 자유롭게 마음껏 날아 보길, 파이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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