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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2008/ 황경선 "왼 무릎 끊어져도 이기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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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2008/ 황경선 "왼 무릎 끊어져도 이기고 싶어!"

입력
2008.08.24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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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도 마음도 완벽하다." 결승을 앞둔 황경선(22ㆍ한국체대)은 취재진에게 자신감을 보였지만, 표정은 어두웠다. 사실 황경선의 몸은 전혀 완벽하지 않았다. 황경선은 8강에서 상대와 부딪히면서 왼쪽 무릎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 지난해 초 왼 무릎 인대 파열로 재활 치료를 받았던 것이 재발한 것.

준결승 상대는 강력한 우승후보 프랑스의 글라디 에팡. 진통제를 맞고 나온 황경선은 상대가 부상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이를 악물고 뛰었다. 1-1 동점으로 연장전에 돌입하자 통증에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러나 황경선은 연장 30초 만에 왼발 받아차기 한방으로 에팡을 2-1로 꺾었다.

에팡과의 혈전이 끝나자 제대로 걷지도 못하던 황경선은 결승에서 카린 세르게리(캐나다)를 만났다. 세르게리는 2007세계선수권대회 라이트급 우승자. 무릎을 다친 황경선에게 벅찬 상대였다. 하지만 1-1 동점이던 3회 경기 종료 37초 전. 왼발을 뒤로 뺀 황경선은 세르게리가 공격하는 순간 뒤차기를 성공시켰다. 황경선의 2-1 승리.

황경선이 한국 선수단에 열 한번째 금메달을 선물했다. 무릎 부상을 딛고 투혼을 발휘한 황경선은 22일 베이징 과학기술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67㎏급 결승에서 세르게리를 2-1로 꺾었다. 손태진(남자 68㎏급)과 임수정(여자 57㎏급)에 이어 황경선까지 금메달 3개를 싹쓸이한 태권도는 효자종목 노릇을 톡톡히 했다.

다리를 절룩거리며 인터뷰 자리에 나온 황경선은 "8강 중에 무릎에서 뚝 소리가 났다. 통증이 심했지만 무릎이 끊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싸우겠다는 각오로 맞섰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무릎이 너무 아파서 멋진 경기를 보여주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했다. 서울체고 3학년 때 나간 아테네올림픽에서 동메달에 그쳤던 그는 "4년 전에 못 땄던 금메달이라 더욱 기쁘다. 빨리 한국에 돌아가 엄마와 아빠를 보고 싶다"며 얼굴에 맺힌 땀을 닦았다.

이란의 태권도 영웅 코할 하디는 남자 80㎏급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화제를 모았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마이타 알 막툼 공주는 1회전에서 황경선에게 1-5로 졌다. 한국 태권도는 23일 남자 헤비급에 출전하는 차동민이 피날레 금메달에 도전한다.

■ 황경선은 누구/ 고교생 첫 올림픽 출전권 따낸 '스타'

6세 때 태권도에 입문한 황경선은 양정초등학교 4학년 때 본격적으로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동화중-서울체고를 거치며 거둔 국제대회 성적은 2003년 아시아주니어선수권 미들급 1위가 전부. 이렇다 할 성적 없이 고교 시절을 마감하는 듯하던 황경선은 3학년 때 비로소 '사건'을 일으켰다.

황경선은 당시 국가대표선발전에서 세계대회 2회 연속 우승자인 김연지를 꺾으며 일대 파란을 연출한 것. 고교생이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기는 한국 태권도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듬해 아테네올림픽 여자 67㎏급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가능성을 확인한 황경선은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다시 대표팀에 발탁되며 2회 연속 올림픽에 나가게 됐다. 2회 연속 올림픽 출전 역시 한국 태권도 사상 1호 타이틀이었다. 황경선은 4년 전 못다 이룬 금메달의 꿈을 위해 바짝 고삐를 죄었다.

2005년 세계선수권 웰터급과 동아시아경기대회 67㎏급에서 연달아 정상에 올랐고,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지난해 세계선수권 웰터급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국 황경선은 금빛 발차기로 "아테네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실력을 이번엔 200% 보여주겠다"던 약속을 완벽하게 이행했다.

베이징=이상준 기자 베이징=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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