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은 기록의 경기. 하지만 올림픽에서는 기록보다 순위싸움이 벌어진다. 그래서 이봉주(38ㆍ삼성전자)는 선두권을 유지하다가 35㎞ 지점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케냐의 사무엘 완지루(22)가 이봉주의 계획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완지루는 시작부터 속도전을 펼쳐 경쟁자를 지치게 했다. 10㎞ 랩타임을 15분 30초로 예상했지만 완지루는 14분 34초에 통과했다. 이봉주는 선두권에서 처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초반에 체력을 소진한 나머지 완지루에게 11분 이상 뒤졌다.
24일 오전 8시30분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출발해 주경기장 궈자티위창(國家體育場)까지 달린 마라톤. 상식을 깨트리고 속도전을 펼친 완지루는 42.195㎞를 2시간 6분 32초에 달려 올림픽 신기록을 세웠다. 이전 기록은 84 LA올림픽에서 포르투갈의 카를로스 로페스가 세운 2시간 9분 21초로 24년 만에 깨졌다.
96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이봉주는 4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했지만 자신의 39번째 마라톤 완주에 만족해야만 했다. 2시간 17분 56초로 28위에 그친 이봉주는 "최근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어제도 수면제를 먹고서야 겨우 잤다. 많이 피곤하다"고 말했다. 흐르는 세월이 허무할 뿐이었다.
이봉주는 "올림픽은 이번이 끝이다. 하지만 은퇴 여부는 한국에 돌아가 감독님과 상의하겠다"고 밝혔다. 오인환 감독도 "봉주와 이야기하겠다"고 했다. 불혹의 나이를 바라보는 이봉주는 사실상 은퇴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봉주의 소속팀 후배 이명승(29)은 2시간 14분 36초로 19위에 올라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몸 상태가 나빴던 김이용(35ㆍ대우자판)은 2시간 23분 57초로 50위에 그쳤다.
한편 올림픽 전부터 논란이었던 무더위와 대기오염은 없었다. 이봉주는 "날씨가 조금 더웠지만 경기게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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