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의 지주사 출범이 여전히 '안개속'이다. 국민은행은 25일 주주총회를 열어 지주사 전환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지만, 지난 주말 주가가 폭락하면서 앞날은 다시 불투명해졌다. 주총에서 지주사 전환안건이 통과되더라도 26일~내달 4일 사이 15% 이상의 주주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좋았던 분위기
사실 국민은행의 지주사 전환은 지난 주까지만 해도 거의 성공을 눈앞에 둔 듯이 보였다. 지난달까지 외국인들의 '셀 코리아' 현상으로 주가가 많이 빠지긴 했지만 이 달 들어 국민은행이 1조원을 투입해 자사주 매입에 나서자 어느 정도 회복세로 돌아섰다.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도 강정원 국민은행장과 동반 해외 기업설명회(IR)를 갔다 온 뒤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주사 전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낙관했다.
18% 가량의 지분을 갖고 있는 국내 기관투자가들도 지난 주 사전공시를 통해 대부분 찬성을 표명했다. 반대 의사를 표시한 기관투자가는 SH자산운용(0.158%), 신한BNP파리바운용(0.09%), NH-CA자산운용(0.08%), 하나UBS운용(0.48%) 등으로 모두 0.808%에 지나지 않는다. 19일에는 단일 최대 지분(5.02%)을 갖고 있는 국민연금 이사회가 지주사 전환을 지지하기로 결의했고, 그 동안 지주사 전환과 황 내정자 반대 투쟁을 전개해 온 노조도 21일 사측과 '지주회사와 은행 발전을 위한 노사공동협약'을 맺으며 전격 합의했다.
다시 반전된 분위기
그러나 22일 주가가 5만5,900원까지 떨어지고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인 6만3,293원과 7,000원 이상 차이를 보이자 상황은 달라졌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민은행 주식을 무려 723억원어치 대량 매도하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만약 낮은 주가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대거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다면, 국민은행은 청구대금을 감당할 수 없어 지주사전환 스케줄을 바꿔야 한다. 국민은행측은 이미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주주가 15%를 넘을 경우, 지주사 전환을 미룰 수 밖에 없다고 천명한 상태. 김중회 KB금융지주 사장 내정자도 "주식매수 청구 가격과 실제 주가가 4,000원 넘게 차이가 나면(주가가 6만원을 밑돌면) 지주사 전환이 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가가 5만5,000원대로 폭락한 지금 상황으론 계획대로 지주사 연내전환을 낙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주총 이후
안건통과 요건(출석 주식의 3분의 2, 발행 주식의 3분의 1 이상 찬성)이 엄격하지 않기 때문에 일단 25일 주총에서 지주사 전환안은 별 무리없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반대표를 던지거나 의사표명을 하지 않는 주주비율이 얼마나 될 것이냐다. 일단 주총에서 지지의사를 표명하면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찬성주주비율이 85%를 넘어서면 지주사전환은 장애 없이 진행되겠지만 이렇게 높은 찬성률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만약 지주사 전환을 반대하거나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주주 중 15%이상이 내달 4일까지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지주사전환은 연기될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기간 동안의 주가인데, 6만원대에 얼마나 근접해가느냐가 관건이다.
열쇠는 전체 주식의 74%를 갖고 있는 외국인투자자들이다. 국민은행으로선 이들이 매수청구에 나서지 않도록 필사적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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