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넓은 해바라기 밭에 서면 생명의 빛, 노랑의 감동이 덩어리째 안겨온다.
소피아 로렌이 주연한 영화 '해바라기'를 봤다면 벌판을 가득 메운 광활한 해바라기 밭의 강렬한 인상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고흐가 태양과 생명에 대한 찬가로 그려냈던 해바라기. 그 꽃이 우리 땅 곳곳에서 무더기로 피어났다.
강원 태백의 백두대간 산마루에 국내 처음 해바라기 밭을 조성했던 구와우마을 해바라기 축제는 올해로 4회째를 맞았고, 청보리로 유명한 전북 고창의 학원농장에서도 짙노란 해바라기가 절정을 맞고 있다. 수도권의 안산시도 아파트 숲 사이 비워둔 공터에 대규모로 해바라기꽃을 피워 도시민들에게 늦여름의 짙은 추억을 선사하고 있다.
■ 태백 구와우마을 해바라기 축제
백두대간에서 낙동정맥을 가르는 삼수령 아래, 올려다 본 구봉산의 아홉 봉우리가 아홉 마리의 소가 누워있는 형상이라고 이름 지어진 구와우 마을에 이제 막 해바라기 만발한 태백 고원자생식물원이 있다.
영화 '해바라기'에서 소피아 로렌이 커다란 눈망울 글썽이던 우크라이나의 광활한 해바라기 밭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구봉산 자락은 지금 노란 물결로 크게 출렁이고 있다.
해바라기 밭의 규모만 16만6,000㎡(5만평)이다. 입구와 가까운 아래쪽 6만6,000㎡(2만평)와 위쪽의 10만㎡(3만평) 군락 등 두 곳으로 나뉘어 있다. 아래쪽이 평평한 벌판이라면 위쪽의 해바라기 군락은 크고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굴곡을 이루고 있어 눈맛이 빼어나다. 군데군데 설치된 조각 작품과, 다양한 야생화 군락도 해바라기 감상에 재미를 더한다.
태백고원자생식물원은 31일까지 '자연과 예술의 만남'을 주제로 해바라기 축제를 개최한다. 해바라기 사진 촬영대회와 김태옥 판화전, 이경희 조각전, 야생화 사진전 등 다채로운 전시회가 열린다. 입장료 어른 5,000원 어린이 3,000원. (033)553-9707
해바라기만으로 성이 차지 않는다면 인근 태백과 정선의 경계에 있는 만항재에 올라보자. 해발 1,330m의 만항재는 국내에서 차로 넘을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개다. 고개 꼭대기에 고한읍에서 조성한 야생화 탐방로가 있다. 일부러 꽃씨를 뿌리고 가꾸지 않았는데도 계절을 바꿔가며 수천 수만의 꽃송이들이 아름다움을 토해내는 곳이다. 입장료는 따로 없다.
■ 안산 해바라기 축제
고잔신도시 내 60만㎡ 되는 30, 37블록은 안산시가 새 청사 부지로 지정했던 공공용지. 하지만 청사 이전이 지지부진하면서 거대한 땅은 마냥 놀려졌다. 허락없이 함부로 농사 짓는 텃밭과 주변 사람들이 벌인 쓰레기 등으로 민원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지난해 시의 경제정책과 직원들이 빈 땅을 보기 좋게 만든다고 해바라기를 심었는데 뜻밖에도 시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시는 계획에도 없던 해바라기 축제를 부랴부랴 만들어 대박을 터뜨렸다.
제2회 안산해바라기축제는 해바라기의 절정에 맞춰 30, 31일 열린다. 해바라기 사진대회 등 다양한 체험행사도 함께 준비된다. 올 축제의 관심거리는 열기구 체험이다. 열기구를 타고 오르면 인근 호수공원은 물론 시화호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체험비 1인당 8,000원.
해바라기는 중앙역과 고잔역 사이 옛 수인선 협궤철길 인근에도 군락을 이뤘다. 구불구불한 철길과 노란 해바라기가 환상의 조화를 이룬다. 이곳은 30, 37블록보다 먼저 개화해 지금이 절정이다. 안산시 경제정책과 (031)481-2104
■ 고창 학원농장
학원농장은 국내 경관농업을 이끌어온 곳. 부드러운 곡선의 구릉이 저절로 풍요로움을 느끼게 한다. 그 완만한 능선 위에 높이 고개를 내민 해바라기가 노랗게 꽃을 피웠다. 3만㎡ 넘는 해바라기 밭은 여러번 나눠 씨앗을 뿌려 지금은 물론 10월까지도 만개한 꽃을 볼 수 있다.
60만㎡ 규모의 학원농장은 봄이면 청보리, 가을에는 메밀꽃이 수를 놓는다. 올 가을 메밀꽃은 9월초부터 필 예정이어서 9월에는 해바라기와 메밀꽃을 함께 볼 수 있다. 입장료는 따로 받지 않는다. (063)564-9897
이성원 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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