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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깜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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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깜찍이

입력
2008.08.24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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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를 열 때마다 분통이 터진다. 쩨쩨하게도 아동음료수 세 병 때문이다. (차에도 두 병이 처박혀 있다.) 아들 녀석이 한 달여 전에 제 엄마를 졸라 매일 하나씩 사다놓고는 비닐도 안 뜯는 거였다. "왜 안 마셔?" "맛없어." "그럼 왜 샀어?" 그 음료수 꼭대기에 올라앉은 강낭콩만 한 달팽이인형 때문이란다. 그 인형만 달랑 떼어갖고는 음료수는 냉장고에 버리시다시피 한 거다.

아내는 그걸 사준 죄를 반성할 생각은 않고 "우리 애는 약과야. 몇 개 안 달고 다니는 거라고. 유치원 가면 가방에 주렁주렁 매달고 다니는 애들이 수두룩해. 깜찍이인형 모으느라고 애들이 난리가 났대." 자고이래 아이들을 상대로 대박상품을 내는 방법은 간단한 모양이다.

수집열풍에 빠지게 할 것! 녀석에게 강제로 먹일 수도 없고, 아내도 안 마시겠다고 반항하고, 아까운 생각에 한 병을 따서 마셔보았다. 풍선맛이 났다. 괜히 풍선맛이 난 게 아니라 '풍선껌맛 깜찍이'였다. 음, 인형도 맛도 여러 가지 스타일이 있는가 보구나. 그래야 수집대상이 될 수 있겠지. 다행히 방학 동안 아이들이 서로 못 보는 사이에 깜찍이 수집 열풍이 사그라진 모양이다. 그러나 분명, 또 무슨 기이한 대박 상품이 나타나 아이들의 영혼을 사로잡을 테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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