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컸는데 막상 뚜껑 열어보니 속 빈 강정이네요. 그래도 집주인들은 미련을 못버린 듯 호가는 올리는 분위기에요."
22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중앙상가 내 S중개업소. L모 중개사는 재건축 규제 완화 대책에 따른 시장 반응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정부 대책 발표 전부터 문의가 쏟아지고 투자자들도 극성을 부렸지만 이번엔 규제완화 내용이 시장에 전해져도 문의 전화 몇 통 받은 게 고작"이라며 무덤덤한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재건축 시장의 침체 분위기가 가시지 않고 있다. 재건축 조합원 지위양도가 가능해지고 안전진단의 문턱이 낮아져 사업추진의 물꼬가 터져 들썩거릴 법도 하지만 아직까지 잠잠하기만 하다.
달라진 게 있다면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 규정에 묶여 그동안 집을 팔지 못했던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는 자금압박을 받고 있는 물량 위주로 매물들이 서서히 나오고 있다는 점. 송파구 가락 시영과 강남구 역삼동 개나리5차 등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는 조합원전매금지가 풀리면서 자금압박을 받고 있던 매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가락동 D공인 관계자는 "지금 나오는 매물은 세금이나 대출 이자 부담 증가 등 자금압박을 받는 물량들이라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는 것들"이라며 "그러나 DTI규제가 살아 있는 데다 시장 전망이 불투명해 선뜻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고 전했다.
잠실주공5단지는 21일 대책 발표 직후 112㎡(34평)형의 경우 10억8,000만원에서 11억원으로, 119㎡(36평)형은 12억5,000만원에서 12억8,000만원으로 2,000만~3,000만원 가량 호가가 올랐다. 신성공인 임모 소장은 "매물이 많지는 않지만 대책 발표 후 호가가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정작 실수요자들이 붙질 않아 거래는 없다"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안전진단 규제 완화로 재건축 가능성이 커졌지만 거래는 아직 없다.
대치동 E공인 관계자는 "전 같으면 당장 수천만원씩 올랐을 텐데 지금은 매우 조용하다"며 차분한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인근 프라자공인 관계자는 "떠보듯이 내놓는 부동산 정책이 혼란스러워 팔 사람이나 살 사람 모두 관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재건축 규제 완화가 시장의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데다 수요를 뒷받침해줄 정책이 없다 보니 시장에 별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 같다"며 "다음주초 발표될 부동산 관련 세제 개편안을 봐가며 시장이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김미연 인턴기자(숙명여대 정보방송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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