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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여는 아침] 이탈한 자가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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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여는 아침] 이탈한 자가 문득

입력
2008.08.24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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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식

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양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별들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어져 빈 몸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보았다 단 한 번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두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을 그을 수 있는,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낙오하지 않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경쟁에서 밀려나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의 비애를 무엇으로 달래야 할까.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어져 빈 몸으로 돌아” 온 적거지는 바로 나 자신이다. 파산하고 패가한 뒤에야 자신을 만나다니!

그동안 적조했던 자기 자신과의 대면을 통해 ‘나’는 밤하늘을 가르며 지나가는 별을 바라본다. 놓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던 줄을 툭, 놓아버린 별은 그야말로 인생 막장까지 가서 볼장 다 본 ‘똥’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자신이 동의한 바 없는 질서에 파산신고를 낸 뒤 추락하는 별은 붙박이별들이 누릴 수 없는 자유를 누리는 섬광이 된다. 그래서 ‘똥’임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별똥별’이다.

포기라면 그것은 눈부신 포기고, 체념이라면 그것은 열정적 체념이다. 사실, 우리들의 천체엔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인 뜨뜻미지근한 삶으로부터 이탈한 뒤 스스로 하나의 궤도가 되어 귀환한 항성들이 드물지 않다.

청춘에 파산신고를 내고 낙향하는 벗과 함께 소주병을 기울이며 바라보던 서울 하늘에도 별이 떠 있었던가. 두 눈에 맺혀 있다 떨어지던 그 한 방울이 요즘은 나를 위로한다. 내려와서 쉬었다 가라고, 평상에 누워 별똥이 스칠 때 어린날처럼 소원이라도 함께 빌어보자고.

손택수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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