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 통쾌 상쾌한 시간이었다. 최민호의 괴력, 박태환의 기적, 장미란의 미소, 이용대의 살인윙크, 그리고 ‘우ㆍ생ㆍ순’들의 눈물까지. 지난 17일 동안 국민들은 한없이 행복했다. 천정 없는 물가, 바닥 모르는 경기, 갈수록 줄어든 일자리 등 생활 환경은 최악이었지만, 올림픽은 이런 고통을 잠시나마 잊게 해준 강력한 ‘마취제’였다.
그러나 거기까지. 금메달과 신기록 뒤에 잠시 숨었던(혹은 잊고 있었던) 유령들은 올림픽이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 다시 경제를 압박할 태세다. 그 징조는 지난 주 후반부터 이미 감지되기 시작했는데, 주가는 1,500선을 내줬고 원ㆍ달러 환율은 1,060원이 힘없이 무너졌으며 금리까지 급등했다. 전형적인 ‘트리플 약세’의 늪 속으로 빠져드는 양상이다.
금융시장 불안의 깊이가 얼마나 될지는 이번 주 우리경제에서 가장 눈 여겨 봐야 할 핵심 포인트다. 인플레나 경기침체 등 ‘붙박이’ 악재 외에 하루 5%이상 널뛰기를 하는 유가, 미국-러시아간 신(新)냉전기류, 이와 맞물린 달러화 가치변동 등 복잡한 요소가 워낙 많아 예측자체가 쉽지 않지만, 대체적으로 주가는 좀 더 떨어질 수 있고 환율은 좀 더 오를 수 있다는 것이 시장의 관측이다. 이래저래 경제에 짐이 아닐 수 없다.
중국경제 향방도 관심사다. 대국의 위용을 전 세계에 뽐낸 자부심 보다는 축제 뒤의 허탈감이 훨씬 클 터. 중국증시야 올림픽 특수와 워낙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기대할 것도 없지만, 실물경제마저 ‘밸리 효과(valley effect: 올림픽 이후 경기침체현상)’가 나타날지 걱정스럽다. 이 부분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중국경제의 질주는 계속된다” “정도차는 있겠지만 버블붕괴는 피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엇갈린다.
올림픽 폐막과 함께 ‘마취효과’도 소멸될 것이다. 억세진 경제현실이 더 팍팍하게 느껴질 때다. 전체 임기의 딱 1부 능선에 도달한 MB정부가 과연 올림픽 덕(지지율상승)을 발판 삼아, 그리고 올림픽을 대신해 국민들의 경제적 고통을 좀 덜어줄 수 있을지 주시해보자.
이성철 경제부 차장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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