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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지속가능 발전의 적(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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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지속가능 발전의 적(敵)들

입력
2008.08.22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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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대신 햇빛(태양광)과 바람(풍력)으로 난방하는 ‘그린홈(친환경주택).’ 만약 그린벨트를 밀어내고 그 위에 그린홈을 짓는다면, 과연 친환경적인 정책일까 아니면 환경파괴적인 정책일까.

휘발유를 덜 쓰는 ‘그린카(친환경자동차)’도 그렇다. 그린카를 만드는 공정에 전과 다름없는 에너지와 물, 노동력이 투입된다면 이것을 과연 ‘녹색산업’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명박 대통령이 8ㆍ15 경축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 청사진과 함께 그 실천 프로젝트로 그린카, 그린홈을 언급한 것은 분명 인상적이다. 녹색성장과 맥을 같이하는 ‘지속가능발전(Sustainable Development)’ 개념이 등장한지 20년이 지났고 국제사회가 미래가치로 받아들인 지도 꽤 오래됐지만, 우리나라 국가지도자가 이 문제를 정색하고 국가비전으로 천명한 것은 아마도 이번이 처음인 듯 싶다.

그러나 이것 만으론 부족하다. 그린카가 도로 위를 달리고, 그린홈이 우뚝우뚝 들어선다고 해서 지속가능한 경제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속가능발전이란 기본적으로 ‘미래와의 공존’이다. ‘미래세대도 최소한 현 세대만큼 잘 살 수 있도록 주어진 환경과 여건을 활용(개발)해야 한다’는 ‘환경과 발전에 관한 세계위원회(WCED)’의 정의 그대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지향하는 것이 지속가능발전이다.

이것은 패러다임이다. 철학이고 시스템의 문제다. 사고가 달라지지 않고 행동방식이 변화하지 않으면, 말장난 밖에 안된다. 지속가능발전은 결코 환경이슈로만 국한될 수 없으며, 친환경자동차나 친환경주택 같은 신상품ㆍ신기술 수준의 얘기는 더더욱 아닌 것이다.

정부가 지속가능발전을 말하려 한다면, 먼저 ‘지속가능한 정부’가 되어야 한다. 정책, 제도, 일하는 스타일부터 지속가능해져야 한다. 하지만 여태껏 달라진 것은 없고, 미래를 향한 지속가능 보다는 여전히 당장의 임기응변에 능한 모습이다.

감세를 보자. 거의 전 세목을 망라한 ‘세금 바겐세일’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나라재정을 튼튼히 하는 것은 장래세대를 위한 소중한 저축인데 지금 세금이 좀 잘 걷힌다고 감세잔치를 벌이는 것은, 지속가능발전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발상이다.

경기부터 살리자고 환율을 끌어올리더니, 몇 달만에 이젠 물가 겠다고 환율을 끌어내리는 예측불가능한 정책. 이 와중에 미래 비상식량이나 다름없는 외환보유액을 제돈 쓰듯 수십~수백억달러나 쏟아 붓는 것 또한 지속가능발전과는 한참 거리가 먼 행태다.

보은ㆍ낙하산으로 얼룩진 공기업인사에 심지어 공기업사장 임기를 정부임기가 맞추자는 얘기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5년간만(임기동안에만) 지속가능’을 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지속가능한 경제를 만드는 것은 길고 지루한 작업이다. 성과도 쉽게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조급하지 말고 참고 견뎌야 한다. 지속가능발전을 위해선 발상과 철학부터 바뀌어야 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성철 경제부 차장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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