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가까스로 합의한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에 대해 정부 쪽에서 위헌과 통상마찰 소지를 시비하고 나서 시끄럽다.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거나 다른 광우병 발생국의 쇠고기를 처음 수입할 때는 국회 심의를 거치도록 규정한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수입조건 고시를 정부 재량에 맡긴 법체계에서 국회의 간섭은 삼권분립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언뜻 그럴 듯 하지만, 정부의 경솔한 쇠고기 수입정책 때문에 정권이 흔들린 것을 생각하면 기실 염치없는 일이다.
법제처가 농림수산식품부의 법률검토 요청에 "장관 권한인 수입조건 고시를 국회가 심의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힌 것은 원칙적으로 타당하다. 그러나 '국회 심의'의 실질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짐짓 형식 논리에 치우친 느낌이 짙다. 어찌 됐든 구속력은 없는 국회 심의 절차가 정부의 정책결정 권한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지 엄밀히 따질 일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 등 여야 정치세력은 "쇠고기 정국을 촉발한 정부의 권한 시비는 우습다"고 반박했다. 우리는 그보다 나라를 뒤흔든 사안을 국회가 사전 심의하는 것은 대의민주정치의 이상과 현실, 어느 면에서도 필요하고 유익하다고 본다. 국회 원 구성 힘겨루기에 몰두한 여야 정치세력도 이런 당위성을 절감, 어려운 타협을 했을 것이다.
애초 '국회 동의'를 주장한 민주당과 '상임위 심의'를 고집한 한나라당이 결국 '국회 심의'에 합의한 것에는 무리한 구석이 있다. 그러나 제도정치의 기반을 뒤흔든 '촛불 민심'을 적극 수용하면서도 법체계에 어긋나지 않기 위해 애쓴 결과로 볼 만하다. 이걸 모호한 근거를 내세워 까다롭게 시비하는 것은 국회와 정부의 권한 관계와 장차 미국을 비롯한 쇠고기 수출국과의 힘겨운 통상 교섭을 먼저 걱정한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염치없게 비친다.
정부는 안이한 자세 때문에 위기를 자초했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치적 타협에 따른 어려움은 감수해야 한다. 지레 분란을 일으키는 것은 큰 틀에서 볼 때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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