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출발선에 설 수 없었다. 출발신호를 기다리는 그는 제 자리에 앉아서 몸을 풀고 있었다. 그리고 출발신호와 함께 물에 뛰어 들었다. 그는 두 팔을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렇게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자신과의 싸움을 벌였다. 25명 가운데 16위. 물 밖으로 나온 그는 코치와 잠시 얘기를 나누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는 능숙한 동작으로 왼쪽 다리에 의족을 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112년의 올림픽 역사에 한 쪽 다리가 없는 장애인이 올림픽에 출전하는 첫 페이지를 장식하는 순간이었다. 지난 2001년 후진하는 차량에 치어 왼쪽 무릎 밑부분을 절단해야 했던 나탈리 뒤 투아(24ㆍ남아프리카공화국). 그는 20일(한국시간) 베이징 순이 조정카누경기장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여자 마라톤 수영(10km)에서 2시간00분49초9를 기록하며 '위대한 도전'을 마무리했다.
1위로 골인한 라리사 일첸코(1시간59분27초7)와의 차이는 20여 초. 적지 않은 차이였지만, 뒤 투아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투혼을 발휘했다. 지난 5월 스페인 세비야 오픈워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4위를 차지하며 세웠던 자신의 최고 기록(2시간02분07초8)을 무려 1분17초9나 앞당긴 호기록이었다.
"올림픽은 내 꿈이었고 오늘 레이스에서 최선을 다했다. 경기를 마치니 매우 기쁘다"며 활짝 웃는 뒤 투아의 미소는 아름다웠다. 그는 "계속 비장애 선수들과 겨뤄 올림픽에 나설 것이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5위 안에 들고 싶다. 나에게 다리가 하나 뿐이라는 것은 장애가 아니다"라고 당당히 말했다.
베이징=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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