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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2008/ 100V… 200V… '번개 볼트' 세계를 내리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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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2008/ 100V… 200V… '번개 볼트' 세계를 내리치다

입력
2008.08.21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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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하늘에 '번개' 가 내리쳤다. 칼 루이스(미국) 이후 춘추전국시대였던 단거리 육상계에 유세인 볼트(22ㆍ자메이카) 시대가 활짝 열렸다. 볼트는 20일 베이징 궈자티위창(國家體育場)에서 열린 남자 육상 200m 결선에서 19초30의 세계기록으로 우승했다. 96년 애틀랜타 대회 이후 12년간 꿈쩍 않던 마이클 존슨(미국)의 세계기록 19초32를 0.02초 앞당기며 100m에 이어 200m에도 새로운 지평을 여는 순간이었다.

지난 16일 100m에서 9초69의 세계기록으로 금메달을 딴 데 이어 두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건 볼트는 1984년 LA올림픽 칼 루이스 이후 24년 만에 육상 100m와 200m를 동시에 석권하는 '스프린트 더블'의 주인공이 됐다. 역대 9번째. 이 가운데 세계기록으로 2개의 금메달을 딴 것은 볼트가 처음이다. 22일 결선이 열리는 400m 계주마저 따낸다면 올림픽 역사상 단 3명(1936년 제시 오웬스, 1956년 바비 모로, 1984년 칼 루이스)만이 달성한 단거리 3관왕이 된다. 미국인이 아닌 선수로는 최초다. 자메이카는 남, 녀 100m에 이어 이날 남자 200m와 여자 허들 400m 금메달까지 추가하며 단거리 왕국으로 등극했다.

1986년 8월21일생인 볼트는 자신의 22번째 생일을 30분 앞둔 시간에 스타트 라인에 나섰다. 양 손으로 머리를 쓸어 내리고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는 등 이미 승리를 예감하는 모습이었다. 출발 총성이 울리는 순간, 볼트는 주춤했다. 하지만 불안함도 잠시, 곡선 주로를 벗어나면서 이미 볼트의 독주가 시작됐다. 196㎝의 장신에서 나오는 커다란 보폭으로 성큼성큼 트랙을 밟아나간 볼트 뒤에서 다른 선수들은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졌다. 100m 때와 달리 마지막 순간까지 전력질주한 볼트는 2위 추란디 마르티나(19초82ㆍ네덜란드령 앤틸러스), 3위 숀 크로포드(19초96ㆍ미국)를 멀찌감치 제치고 결승선을 끊었다. 세계기록을 확인한 뒤에는 트랙에 벌렁 드러누웠다. 특유의 막춤 세리머니로 기쁨을 만끽한 볼트는 카메라를 향해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며 "I'm number one"을 외쳤다. 경기장에 울려 퍼진 생일 축하 노래는 또 하나의 선물이었다.

볼트의 시대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세리머니를 하느라 마지막에 스피드를 줄인 100m는 물론이고, 스타트가 불안한 가운데 세계기록이 나온 200m 역시 새로운 세계기록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무릎에서 어깨로 이어지는 타고난 파워와 유연성, 큰 키, 불과 22세의 나이, 게다가 극도의 긴장 속에서도 상황을 즐기는 대범함까지. 그의 성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예측하기 힘들 정도다. '칼 루이스에 이은'이라는 수식어를 떼버리고 역사상 최고의 스프린터로 등극할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볼트는 청소년 시절 400m도 뛴 적이 있어 4년 후 런던올림픽에서는 전인미답의 육상 5관왕에도 도전할 수 있다. 이제 볼트의 시대가 어떻게, 언제까지 이어지는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베이징=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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