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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의보 보장범위 축소, 문제 없나/ <중> 정부-보험업계 공방의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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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의보 보장범위 축소, 문제 없나/ <중> 정부-보험업계 공방의 쟁점

입력
2008.08.21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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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의료보험(이하 민영의보)의 보장범위 축소방침을 놓고 보건복지가족부 등 정부측과 보험업계가 치열한 논리공방을 벌이고 있다.

공방의 핵심은 "의료실비를 100% 보장하는 실손형 민영의료보험이 의료이용을 늘려 공적보험인 국민건강보험(이하 건보)의 재정을 악화시킨다"는 복지부 주장에 대한 진실 여부다. 이에 보험업계 측은 "건보 재정 악화는 한국사회의 급속한 고령화 등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건보의 방만 경영 탓이 크다"고 반박한다. 이를 포함한 주요쟁점 사안에 대한 양측 견해를 짚어본다.

쟁점1. "민영보험이 건보재정 악화시킬까"

복지부는 2006년 당시 "실손 민영의보는 의료 이용량을 증가시켜 건강보험 재정지출을 연간 2,400억~1조7,000억원 가량 증가시킨다"고 주장하면서 민영의보 보장범위를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우리나라 현실이 아니라 미국상황에 근거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정부는 2006년 말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연구용역을 의뢰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달 발표된 KDI 연구보고서의 결론은 "민영의보 가입자의 의료 이용량이 비가입자보다 특별히 높지 않기 때문에, 민영의보가 공적보험 재정을 악화시킨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 KDI는 사실상 보험업계 손을 들어준 것이고 보험업계는 이를 근거로 복지부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이 보고서는 암 질병의 경우에는 실손보험 가입자가 비가입자보다 의료이용이 다소 높게 나왔다는 결과도 첨부하고 있다"며 "실손보험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 가능성은 높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보험업계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보험금 타려고 일부러 암에 걸리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암과 같은 중증질환자는 우리나라의 열악한 의료보장 속에서 보험금이라도 있어야 치료를 받는 것일 뿐 도덕적 해이와는 무관하다"고 일축했다.

쟁점2. "OECD가 민영의보 보장범위 축소 권고했다"

복지부는 새 정부 들어 민영의보 보장범위 규제를 재추진하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권고사항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그러나 보험업계 주장은 다르다. 복지부가 근거로 삼은 OECD보고서 (2004)는 각 국가의 의료체계에 대해 개별 연구자들이 제출한 자료를 편집한 것인데, 복지부가 극히 일부분만 발췌해 사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보고서에는 "민간보험이 공보험의 본인부담금마저 보장하는 것은 도덕적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p.52)는 내용도 있는 반면, "민영의료보험이 도덕적 해이로 인해 전체 의료 사용량을 얼마나 증가시키는지 알려지지 않았으며 그 영향은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p.23)는 주장도 함께 게재돼 있다.

쟁점3. 충분한 의견 수렴 거쳤나

보험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이 사안을 추진하면서 실제 전문가인 손해보험업계를 철저히 배제해왔다"며 "암이나 감기나 똑같이 무조건 환자 자신이 20%의 의료비를 부담하게 한다는 정부의 발상은 현실을 도외시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또 보험업계는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미 도덕적 해이를 막는 다양한 자기부담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논의과정에서 업계를 배제한 결과 탁상공론 수준의 정책을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논의과정에서 보험업계가 자기이해와 상충되자 스스로 테이블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 건보 재정 위기, 원인은 내부에 누수 못 막는 시스템이 문제

보건복지가족부가 민영보험 등으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적자가 불어날 것으로 전망했던 것과 달리 올해 건강보험재정이 1조원 이상의 흑자가 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단 몇 개월 앞도 예상치 못하는 보건당국 및 공단의 주먹구구식 재정운영에 대한 지적과 함께 건강보험 재정적자 위기의 근본원인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냉정한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와 건강보험공단은 올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건강보험 당기수지는 2006년 747억원 적자, 2007년 2,847억원 적자에 이어 올해도 1,433억원의 적자가 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건강보험은 올해 1월에만 당기수지 810억원의 이익을 낸 데 이어 5월 한달 동안 1조원이 넘는 이익을 냈다.

복지부는 "올해 갑작스러운 경기침체와 고물가로 인해 의료이용이 줄어든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경기침체 상황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것인데 건보는 이를 계산하지 않고 무작정 환자에 대한 지원금을 줄이고 본인부담금을 올려 엄청난 흑자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건강보험 재정문제는 현 의료시스템과 공단 내부시스템을 우선 개선해야만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재의 건강보험 체계는 중복처방, 약물남용 등을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이 열악해 불필요한 건강보험 재정이 낭비되고 있다"며 "특히 이를 통해 이익을 올리는 병원과 주무관청인 보건당국의 책임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공단은 건강보험제도개선 태스크포스팀을 출범시켜 6월까지 실천방안을 제시하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자리는 4월 이재용 전 이사장이 18대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한 뒤 5개월째 공석으로 남겨져 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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