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진통 끝에 여야가 19일 합의한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의 골자는 행정부가 결정해온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대해 국회가 일정한 통제권을 갖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여야간 힘겨루기 과정에서 '국회 심의'라는 애매한 용어로 타협이 이뤄졌고 정부의 반발도 상당해 향후에도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한미 쇠고기협상 이후 국민적 우려가 집중됐던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의 수입 여부에 대해 개정안은 국회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 장관 고시에 명기된 '소비자의 신뢰 회복'에 대한 판단 주체를 정부에서 국회로 바꾼 것이다.
개정안은 또 광우병 발생시점부터 5년간은 해당국의 30개월령 이상 쇠고기를 수입 금지토록 했다. 다만 부칙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예외로 인정, 한미 쇠고기협상 결과를 사실상 인정하는 동시에 미국과의 통상마찰 소지를 차단했다.
검역주권 확보와 관련, 개정안은 쇠고기 수입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즉각 수입중단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또 이들 국가로부터 수입을 재개하기 위해 수입위생조건을 갱신할 경우 반드시 국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
개정안은 광우병을 유발할 수 있는 특정위험물질(SRM)도 법안에 명기했다. 이번에는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규정에 따라 뇌, 눈, 척수 등 7개 부위만 포함시켰고, 내장의 경우 농림장관이 협상 당사국의 상황을 고려해 추가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에 담기지는 않았지만 여야는 정부에 재협상을 촉구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일본 대만 등 현재 미국과 협상중인 나라들이 우리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을 타결지을 경우 정부가 재협상에 나서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합의안은 그러나 국회의 통제권과 관련해 논란의 소지를 남겼다. 국회 심의가 상임위에서 이뤄지는 것인지, 본회의에서 이뤄질지도 불명확하고 심의가 의결까지를 포함하는 지도 애매하다.
일각에서 거부권 얘기가 나올 만큼 정부는 개정안에 부정적이다. 민간자율규제에 의한 미국산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의 수입 제한을 법으로 통제키로 한 점, 광우병 발생시 5년간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의 수입금지를 명문화한 점, 쇠고기 수입 재개 등의 경우 국회의 심의를 받도록 한 점 등이 통상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것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당정협의 과정에서 개정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특히 청와대는 타국과의 협상 결과에 따라 재협상을 요구키로 합의한 데 대해 한나라당 원내지도부에 적잖은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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