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야구에서 냉철한 승부사로의 변신을 선택한 것일까. 김경문 한국야구 대표팀 감독이 팬들의 비난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내내 지켜온 '마무리=한기주' 등식을 처음으로 깼다.
19일 베이징 우커송 야구장에서 벌어진 한국과 쿠바전. 나란히 5연승을 내달린 양팀이 예선 1위를 결정짓는 경기였지만 팬들의 눈길은 김경문 감독과 '방어율 19.3의 마무리' 한기주(21ㆍKIA)에 쏠렸다.
김 감독과 한기주는 한국팀이 5연승을 달리는 내내 '아슬아슬한 승부'의 '감독(김경문)과 주연(한기주)'으로 지목돼 비난을 받고 우려를 샀던 주인공. 한기주는 미국과 일본과의 경기에서 마무리로 나와 단 하나의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하고 내려갔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믿음을 잃지 않았고, '방어율 99.9, 평균자책점 무한대'의 마무리 투수를 대만전에 투입했지만 동점을 허용하며 또 실패했다.
그리고 쿠바전에서 김 감독과 한기주에게 또 한번의 시험의 무대가 다시 찾아왔다. 7-4의 리드를 잡은 9회초 쿠바의 마지막 공격. 3점을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서 순서대로라면 한기주가 마운드에 오를 차례였다.
져도 상관없는 부담 없는 경기에서 김 감독의 말대로 "한기주에게 자신감을 찾아주기 위해서"라면 이보다 좋은 기회는 없었다. 게다가 지난 5일 잠실에서 열린 쿠바와의 1차 평가전에서 마지막 이닝을 3자 범퇴로 깔끔하게 마무리했던 터라 가능성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김 감독이 최종으로 호출한 마무리는 오승환(삼성)이었다. 김 감독도 승리를 눈앞에 두고 불안한 한기주를 마운드에 올리지 못한 것 것이다.
경기 후 일각에서는 대표팀 선발직후 자신의 팀 소속이던 임태훈(두산)이 구위가 흔들리자 과감히 윤석민(KIA)으로 교체했을 만큼 '버릴 때는 뒤도 돌아보지 않는' 김 감독이 4강전에서 한기주를 쓰지 않을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은 한기주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며 '자신의 믿음'을 마지막으로 테스트할 계획이다. 예선 마지막 경기인 '약체' 네덜란드전에 한기주를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김 감독은 "어제 경기(대만전)를 마치고 한기주와 내가 많은 욕을 먹은 것을 알고 있다. 열심히 하려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니 만큼 너무 비난하지 말고 애정을 갖고 바라봐 주기 바란다"며 배려를 잊지 않았다.
베이징=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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